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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부국 UAE, 알고보니 이스라엘 뺨치는 스타트업 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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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아랍에미리트 경제부가 매년 두바이에서 주최하는 중동 최대 투자유치 행사 AIM(Annual Investment Meeting). 지난 2017년 기준 25개 국가 80여개 스타트업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 무역협회]

아랍에미리트 경제부가 매년 두바이에서 주최하는 중동 최대 투자유치 행사 AIM(Annual Investment Meeting). 지난 2017년 기준 25개 국가 80여개 스타트업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 무역협회]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여성 운전 금지령을 해제하자 곧장 여성 운전 기사 모집에 나선 기업이 있었다. 6월 24일 진행된 행사에서 2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린 이 회사는 중동의 ‘우버’라 불리는 차량 공유 스타트업 카림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본사를 둔 카림은 중동의 여성 억압적 문화까지 바꿔나가며 2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중동 1위 차량 공유 서비스로 성장했다.

규제 장벽 낮고 법인세 혜택 커 #중동 100대 스타트업 중 59곳 둥지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UAE 대표 스타트업 카림의 성공 신화는 창업 문화의 기폭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UAE의 ‘혁신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9일 발표한 ‘신생 스타트업 허브로 부상하는 UAE의 비결과 시사점’에 따르면 UAE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올해 국가 경쟁력 평가 벤처캐피탈 부문에서 이스라엘·독일 등 창업 강국을 제치고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중국(33위), 일본(42위)에도 뒤진 53위에 올라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중동 유망 100대 스타트업 중에서도 59개가 UAE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무역협회는 UAE에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급성장하는 비결로 낮은 규제 장벽과 법인세 환경을 꼽았다. UAE는 석유를 뺀 기업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또 자국 기업이 지분의 51% 이상을 소유하도록 한 규제도 올해 말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큐베이터와 성장 단계 기업을 돕는 엑셀러레이터, 중동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 행사 등을 마련하는 등 스타트업 관련 인프라도 확충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에서 열린 411건의 스타트업·투자자 이벤트 가운데 62건이 UAE에서 열렸다. 반면 한국은 9건을 여는 데 그쳤다.

장 연구위원은 “한국 벤처기업은 신규 자금의 84.9%를 정부 정책자금으로 조달하는 등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내 혁신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하려면 민간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파격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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