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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한양에 출몰한 괴물, 권세가에 맞서는 지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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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물괴’에서 한양에 나타난 거대 괴물을 추적하는 수색대장 역의 김명민. [사진 각 영화사]

‘물괴’에서 한양에 나타난 거대 괴물을 추적하는 수색대장 역의 김명민. [사진 각 영화사]

기록적인 폭염이 수그러들기 무섭게 극장가에선 추석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올 추석 연휴는 굵직한 한국영화만도 네 편. 다음 달 12일 개봉하는 ‘물괴’, 일주일 뒤 19일 나란히 개봉하는 ‘명당’ ‘안시성’ ‘협상’이다. 마케팅비를 포함한 총제작비가 저마다 100억원 이상, 많게는 220억원에 달한다. 제작비 규모로 보면 극장가 최대 대목인 한여름 못지 않다. 그 중 사극이 세 편이나 되는데, 서로 뚜렷이 다른 특징을 지닌 점이 두드러진다.

대형 사극 밀려드는 9월 극장가 #‘물괴’‘명당’ 등 추석 특수 기 싸움 #고구려 양만춘 다룬 ‘안시성’ 가세 #김명민·조승우·조인성 스타 출동 #손예진·현빈 주연 ‘협상’도 눈길

먼저 개봉하는 ‘물괴’(감독 허종호)는 조선판 괴수 액션 영화.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16세기 중종실록에 나오는 ‘물괴(物怪)’에 대한 기록을 모티브 삼았다. 영화에서 물괴는 백성들을 잔인하게 공격하거나 역병으로 죽게 만드는 거대한 존재다. 한양이 공포에 빠져들고, 임금 중종(박희순 분)의 명을 받은 수색대장이 물괴 추적에 나선다. 배우 김명민이 수색대장 역을 맡았다. 오른팔격인 부하는 김인권, 의술과 궁술을 겸비한 딸은 이혜리(아이돌 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가 연기한다. 최우식이 허당기 넘치는 캐릭터로 가세해 4인조를 이룬다.

연출을 맡은 허종호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중종 시절에 물괴라 불리는 존재 때문에 조선이 혼란을 겪고 왕이 이어(거처를 옮긴다는 뜻)를 했다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시작한 영화”라며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광화문에서 물괴가 표효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 이미지를 꼭 구현하고 싶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명당’에서 풍수지리에 천재적인 지관 역의 조승우. [사진 각 영화사]

‘명당’에서 풍수지리에 천재적인 지관 역의 조승우. [사진 각 영화사]

‘명당’(감독 박희곤)은 풍수지리에 천재적인 지관과 그를 통해 명당을, 나아가 권력을 쥐려는 이들의 이야기. 배우 조승우가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고 할 정도의 천재 지관이자 세도가에 13년 전 가족을 잃은 인물로 등장한다. 그에게 접근하는 몰락한 왕족 젊은이 흥선은 배우 지성이 연기했다. 이름에서 짐작하듯 흥선은 훗날의 흥선대원군. 5년 전 ‘관상’이 그랬듯 이 영화도 상상력과 조선시대 실제 역사적 흐름이 맞물리며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세도가 장동 김씨 가문의 수장 역을 맡은 백윤식, 그 아들 역의 김성균, 천재 지관의 오랜 벗이자 수완 좋은 장사꾼 역의 유재명 등 연기파 배우가 고루 포진했다. 문채원은 조선 최고 기방의 우두머리 역을 맡았다. 전남 구례 화엄사, 경주 독락당 등 유서 깊은 실제 공간에서 주요 장면을 찍은 것도 볼거리로 예상된다. 박희곤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땅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지고 하는 것들을 다룬 영화”라며 “영화 속 ‘땅’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시성’에서 당나라 대군에 맞서는 고구려 성주 역의 조인성. [사진 각 영화사]

‘안시성’에서 당나라 대군에 맞서는 고구려 성주 역의 조인성. [사진 각 영화사]

‘안시성’(감독 김광식)은 사극으로 보기 드물게 고구려가 배경이다. 7세기 동아시아 강국 당나라가 침공하자 성주 양만춘이 이끄는 안시성이 석 달 가까이 맞서며 이를 물리친 역사적 사실이 바탕이다. 조인성이 액션과 지략에 고루 강한 양만춘 역을 맡았다. 박성웅이 당 태종 이세민으로, 배성우·엄태구·김설현(아이돌 그룹 AOA 멤버 설현)이 양만춘 휘하에서 활약하는 이들로, 정은채가 미래를 보는 신녀로 등장한다. 남주혁은 연개소문의 비밀 지령을 받고 안시성에 들어온 인물을 맡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김광식 감독은 “안시성은 양만춘이 연개소문의 쿠데타에 동의하지 않아 나라에서 반역자라 불렸다”며 “그럼에도 당 태종과 싸워서 자신을 증명해낸 그 부분을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제작보고회에서 말했다. 또 “성을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공성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액션을 녹여내려고 했다. 고구려 시대 전쟁을 현대적 느낌으로, 마치 지금의 전쟁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스카이워커, 로봇암, 팬텀, 드론 등 첨단 촬영장비를 다양하게 사용했다. 제작비 규모로는 이번 추석 영화 중 가장 크다. 보조 출연자만 6500명이 기용됐고, 전투장면에는 말 650필이 동원됐다. 수직으로 가파른 성벽과 안시성도 직접 세트로 지었다.

현빈이 한국인을 납치한 국제적인 범죄자, 손예진이 그를 상대하는 협상전문가로 등장하는 ‘협상’.

현빈이 한국인을 납치한 국제적인 범죄자, 손예진이 그를 상대하는 협상전문가로 등장하는 ‘협상’.

현대가 배경인 ‘협상’(감독 이종석)은 손예진과 현빈의 투톱 영화다. 현빈이 국제 범죄조직의 마약 밀매상이자 태국에서 한국인 기자와 경찰을 납치해 인질로 삼은 범죄자로, 손예진은 그의 지목을 받은 협상전문가로 등장한다. 신인 감독의 데뷔작인 점도 눈에 띈다. 연출을 맡은 이종석 감독은 ‘국제시장’의 조감독, ‘히말라야’의 각색 등을 거쳤다.

추석은 본래 극장가의 전통적인 대목.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관객 1231만)와 2013년 ‘관상’(913만)을 비롯해 2014년 ‘타짜, 신의 손’(401만), 2015년 ‘사도’(624만). 2016년 ‘밀정’(750만), 2017년 ‘범죄도시’(688만) 등의 흥행작이 나왔다. 더구나 관공서의 대체휴일제 도입 이후 연휴가 길어지며 추석 시장의 중요성도 커졌다. 최근 5년새 나흘 또는 닷새의 추석 연휴마다 극장 관객 수는 600~700만에 달하곤 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10월초였던 추석 연휴가 개천절·한글날 공휴일이 연결되고 임시공휴일 지정까지 더해져 무려 열흘이나 됐다. 덕분에 평소 추석의 2배 가까운 약 1200만 관객이 연휴 극장가에 모였다. 올해는 연휴 직전 주말까지 합해 닷새. 연휴 이틀 뒤 다시 주말이, 곧이어 10월초 공휴일이 이어지는 점은 흥행에 유리한 일정이다. 호평을 받고 입소문을 탄다면 비교적 장기간의 흥행도 가능해 보인다.

이 때문에 아예 연휴 이후를 겨냥하는 전략도 나온다. 마동석·김영광의 코미디 영화 ‘원더풀 고스트’는 9월 마지막 주, 실화가 바탕이 된 범죄수사물 ‘암수살인’은 10월 초중반쯤 개봉할 예정이다. 주지훈이 수감 중에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으로, 김윤석이 거짓과 진실이 혼재된 그의 말을 근거로 공소시효에 쫓기며 수사에 나선 형사로 등장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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