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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함 가득한 박항서 라커룸 스피치···"우린 베트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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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라커룸에서 강렬한 스피치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유투브 캡처]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라커룸에서 강렬한 스피치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유투브 캡처]

“우리는 베트남이다. 절대 멈추지 않는다.”

박항서(59) 베트남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의 라커룸 스피치 동영상이 유투브를 통해 공개됐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7일 인도네시아 브카시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에서 연장 끝에 시리아를 1-0으로 꺾고 29일 한국과 4강에서 맞붙게됐다. 박 감독은 경기 전후로 라커룸에 선수들을 모아놓고 한국어로 베트남 통역을 통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두손 엄지를 치켜세운채 “우리는 베트남이다. 알았지. 어? 우린 베트남이야. 우린 베트남. 오케이”라고 말했다. 마치 전쟁을 앞둔 것처럼 비장함이 가득했다.

아시안게임 8강에서 승리를 거둔 뒤 선수들에게 한국전에 임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박항서 감독. [유투브 캡처]

아시안게임 8강에서 승리를 거둔 뒤 선수들에게 한국전에 임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박항서 감독. [유투브 캡처]

‘파파 리더십’을 펼치는 박 감독은 승리 후에는 아빠 미소를 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가 오늘도 한걸음을 내디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한걸음, 한걸음이 결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의 한 발자국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점점 목소리를 높여가며 “다음 게임은 한국이다. 우리는 (지난 1월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이 열린) 중국에서 한번 졌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절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과 한국은 각각 8강에서 연장 혈투 끝에 승리를 거뒀다. 불과 이틀 만에 다시 4강전을 치러야한다. 박 감독은 “지금은 휴식이 가장 필요할 때다. 한국도 연장전을 치렀고 똑같은 조건이다. 지금은 누가 휴식을 잘 취하고, 누가 정신력으로 가고, 누가 집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베트남이다. 오케이”라고 스피치를 마무리했다.

2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 연장 승부 끝에 1-0으로 승리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이날 연장 후반 결승골을 넣은 응우옌 반 토안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 연장 승부 끝에 1-0으로 승리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이 이날 연장 후반 결승골을 넣은 응우옌 반 토안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아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져 실망한 선수들과 일일이 안아주며 “우린 최선을 다했으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절대 고개 숙이지 말라”라고 격려한 동영상이 공개돼 베트남 사회에 큰 감동을 안겼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코치. [중앙포토]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코치. [중앙포토]

이영표(41) KBS 해설위원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에 대해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은 엄청 뛰었는데, 체력 훈련만으로 된 게 아니라 히딩크 감독님의 평소 한마디가 쌓여 만들어 놓은 거다”면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시절 히딩크 감독은 3~5분짜리 스피치를 했다. 그걸 들으면 잔잔했던 마음이 ‘내가 이 사람을 위해 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단지 스피치가 좋은 게 아니라 평소 교감이 형성돼 영향을 발휘하는 거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2002년 당시 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이런 모습을 지켜봤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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