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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에도 멈추지 않은 훈련... 정혜림의 '금빛 질주' 만든 이 장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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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홀로 훈련에 매진하는 육상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비가 내리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홀로 훈련에 매진하는 육상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절치부심.

몹시 분하여 이를 갈고 마음을 썩인다는 말이다. 한국 여자 허들 간판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에게 아시안게임은 그런 '절치부심'을 갖게 한 무대였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예선 탈락, 2014년 인천 대회 떄 4위에 머물러 메달을 놓친 그는 "꼭 최정상에 올라서고 싶은 대회란 마음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허들 100m 결승이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정혜림 선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허들 100m 결승이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정혜림 선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정혜림은 그렇게 절치부심해 삼세번 도전 끝에 아시아 정상에 섰다.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육상 여자 허들 100m 결승에서 13초20에 결승선을 통과한 정혜림은 깔끔한 피니시를 펼친 뒤에 환하게 웃으면서 태극기를 펼쳐보였다. 그토록 바라던 우승 세리머니를 펴고 내내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허들 공주’ 정혜림. 30대 초반 나이에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허들 공주’ 정혜림. 30대 초반 나이에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허들 공주’ 정혜림. 30대 초반 나이에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허들 공주’ 정혜림. 30대 초반 나이에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중앙일보는 이달 초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정혜림을 만났다. 그에게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던 지난 4년을 들어봤다. 정혜림은 인천 아시안게임 때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에 몹시 실망했다. 선수촌을 나와서 곧장 집에 가서 남은 대회를 보지 않았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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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돌아온 정혜림은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봤다. 그리고 새로워지려고 했다. 허들을 넘으면서도 속도감있는 질주를 위해 자신만의 리듬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또 일본으로 건너가 자신보다 실력이 좋은 일본 선수들과 맞부딪히면서 경험을 쌓고 자신감을 얻었다. 정혜림은 "그 과정 덕에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홀로 훈련에 매진하는 육상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비가 내리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홀로 훈련에 매진하는 육상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비가 내리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홀로 훈련에 매진하는 육상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비가 내리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홀로 훈련에 매진하는 육상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비가 내리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홀로 훈련에 매진하는 육상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비가 내리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홀로 훈련에 매진하는 육상 허들 국가대표 정혜림.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30대의 나이에도 정혜림은 지독하게 노력했다. 힘을 키우려 근력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은 건 기본이었다. 어떤 조건에도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정혜림과 만난 뒤, 다른 종목 선수 취재를 위해 다시 진천선수촌을 찾았다. 당시 진천선수촌엔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다 갑자기 장대비같은 소나기가 내렸다. 그런데 악조건 속에서도 트랙 위에서 연습을 하던 선수가 있었다. 정혜림이었다. 그는 진지한 자세로 스타트 블럭을 박차고, 허들을 넘는 훈련을 지속하고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허들 100m 결승이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정혜림이 허들을 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허들 100m 결승이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정혜림이 허들을 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허들 100m 결승이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정혜림 선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허들 100m 결승이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정혜림 선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훈련 당시 그의 주변엔 한국 남자 허들 간판 박태경 광주광역시청 코치가 홀로 있었다. 박 코치는 정혜림의 리듬감을 찾는데 큰 역할을 한 조력자다. 정혜림은 박 코치에 대해 "정말 자랑스러운 선배고, 롤모델이다. 오빠같은 선수를 함께 보고 배우면서 허들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더 갖게 했다. 그런 선배들이 있기에 나도 있었고, 그걸 계속 이어가는 역할을 앞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대비 속에 연습을 멈추지 않던 정혜림의 집념, 그리고 4년여간 이어진 정상을 향한 노력이 더해져 그토록 바랐던 '아시아 허들 여왕'에 올라섰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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