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씨 탈당한 민정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금으로부터 8년전 민정당 창당총재에 취임하는 전두환씨의 연설은 유난히 「도덕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그동안 지탄해왔던 그러한 유의 정치인으로 나 자신을 타락 시키는 일은 결단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혁주도세력의 리더였던 전씨는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면서 민정당을 만들었고 그의 당총재취임은 「개혁이념」으로 화려하게 장식됐다. 그와 창당 세력들은 「평생동지」임을 자처했었다.
그 전두환씨가 28일 민정당을 탈당했다.
비록 신문귀퉁이에 1단으로 숨어있지만 그의 탈당소식은 「전두환―민정당」이라는 등식 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예상 못한 일은 아니었다. 차라리 일의 수순으로 보아 당연한 코스일는지 모른다.
연희동문제로 궁지에 몰리자 6공의 민정당은 전씨를 향해 단절의 칼을 뽑았고 그런 그들에게 전씨는 『이제 여러분은 동지가 아니다』는 절교선언까지 해놓았던 상태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씨의 탈당이 새삼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지난 8년 간 우리 정치를 지배해왔던 민정당 이란 이름 때문일 것이다.
전씨는 곧 민정당의 분신이었고 당은 곧 그의 분신이었다. 전씨에 대한 원성이 높아갈 때 민정당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 또한 그만큼 커졌지 않았던가.
도덕성을 상실한 채 정권을 이끌고 지탱해왔던 전씨와 민정당은 이제 그 실패와 과오로 인해 스스로 둘로 갈라섰다.
전씨는 뗘났고 민정당은 남았다. 그러나 전씨가 설악산어귀 백담사에서 엄동설한에 떨고있듯 민정당도 한겨울을 떨고있다.
전씨가 생애 최대의 시련을 겪고있는 것처럼 민정당도 창당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위기의 핵심은 전씨의 고백처럼 집권욕 때문이었을 것이며 그로 인한 정통성의 상실과 도덕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그들의 시대착오적 정치 행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씨와 민정당. 어제의 굳건한 「평생동지」가 갈라서는 오늘날의 상황이 우리 정치의 지난8년을 새삼 웅변해 주는것 같아 안타까움을 지울수 없다. 김진<정치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