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부정적 반응 정국에 구름|노 대통령 담화내용에 대한 4당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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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는 노태우 대통령의 시국담화발표에 대해 민정당은 『제2의 6·29선언』이라 과찬하고 있는 반면 평민·민주당 측은 『크게 미흡한 조처』라고 일축하고 나서 노 대통령의 조치는 완전 수용되지 못했으며 정국엔 먹구름이 끼게될 것 같다.
특히 야 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과해명에 이은 노 대통령의 고단위 처방을 주시해 왔으나 일제히 5공 청산의 의지가 없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획기적 전환조치가 없는 한 6공의신임까지 묻겠다는 강경 태도다.
야 측은 대체로 △5공 비리와 정치자금 등에 대한 진실규명의지가 없고 △광주사태에 대한 책임자 규명과 그들에 대한 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데 불만을 집약시키고 있다.
따라서 야 측은 △진실규명을 위한 국회특위활동은 계속돼야하며 △특별검사제 도입을 하고 △민정당과 정부측의 앞으로의 태도를 보아가며 대응의 수순을 밟아 간다는 기조다.
그러나 야측도 여론의 동향에 최대의 초점을 맞추면서 3야당 총재들이 회동해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민정당>
노 대통령의 담화가 야당 측의 주장을 전폭 수용한 것으로 제2의 6·29선언에 해당할 만큼 획기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하고 야당 측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는 한편 대 국민 홍보 작전도 병행한다는 방침.
당직자들은 26일 오전 야당 측 반응에 몹시 신경을 쓰는 눈치였는데 일부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항복문서나 다름없는데 뭘 더 내놓으란 말이냐』고 발끈하면서도 『잘될 것으로 본다』고 애써 낙관하려는 분위기이나 크게 당황하는 눈치.
민정당은 26일 오전 의원 및 지구당 위원장회의를 열고 당 조직을 총동원한 홍보 전략을 시달했는데 당보 특보와 팸플릿 등을 작성, 가두배포도 검토 중.
한 고위당직자는 만약 『이번 후속 조치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현 정권을 타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친 뒤 『그러한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나간다는 각오』라고 설명 그는 『야당 측이 거부한다면 정부·여당 독자적으로 전씨 문제를 포함한 특위현안을 마무리 지은 뒤 국민을 직접 상대로 호소하고 중간평가로 판가름 낸다는 복안을 수립해 놓고있다』고 소개.
한편 민정당은 25일 저녁 중집위 간담회를 긴급소집, 담화문에 대한 사전 설명을 듣고 향후대책을 논의했는데 참석자들은 야당 측 주장을 모두 수용했다고』고 평가.

<평민당>
김대중 총재는 25일 밤 김원기 총무가 김윤환 민정당 원내 총무로부터 전해 받은 ▲노 대통령의의 시국담화문을 검토하고 한마디로 『크게 미흡하다』고 논평해 평민당 반응의 기조를 일찌감치 결정.
평민당은 민주화 조처 중 시국사범석방문제가 유일한 전진적 자세이나 이마저 시국사범의 개념을 놓고 여야간의 이견이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대통령의 이번 담화를 시큰둥하게 보는 시각이 지배적.
특히 광주문제에 대한 진상규명의지와 책임자에 대한 일체 언급 없이 보상책으로만 넘어가려는데 대해서는 큰불만. 김 총재는 25일 밤 동교동자택에서 김 총무·이상수 대변인등과 담화내용을 분석하는 심야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26일 오전엔 긴급확대간부회의를 갖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산.
회의 중 TV를 통해 ▲노 대통령의 담화를 시청한 참석자들은 『이미 나왔던 얘기들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알맹이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표시.
허경만 의원은 『결국 광주·5공 비리문제는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넘어가자는 것 아니냐』고 지적.
한 핵심당직자는 『시국을 풀려면 무엇보다도 광주문제에 대한 올바른 진상규명과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 문제가 언급됐어야 한다』며 『광주 진압공격으로 훈장을 받은 정호용·박준병씨 등은 물론 광주에 부대를 파견해 사태확대를 빚게 했던 당시책임자 다수에 대해서도 어떤 형태로든지 조치가 있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점이 최대 불만요인으로 관측되고있다.
허경만 의원은 『정부가 진정 광주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최소한 「김대중내란사건은 조작이다」거나 「시말이 잘못돼 유감이다」는 정도는 밝혔어야 옳다』고 주장.
김 총무는 『정치자금문제를 들추어내면 모든 정당·정치인이 모두 문제가 생기니까 덮어두자는 식의 논리는 있을 수 없다』며 『과거정치를 올바로 청산키 위해서라도 밝힐 것은 밝히자』고 특위활동의 계속을 강조.
김 총무는 또 노 대통령의 질서확립을 위한 공권력 행사부분에 대해 『무질서를 좋아할 사람은 없으나 그러한 상황을 왜 빚게 됐는지 원인부터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공박.

<민주당>
▲대통령의 11·26 수습방안이 『시국 타개에는 이미 늦었다』면서 『5공 척결에 대한 문제인식의 대전환이 없는 한 원천적 정통성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강경 대응.
김영삼 총재는 이날 아침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정치는 타이밍 중요하다』 『노 정권 이 너무 안이한 것 같다』면서 『담화내용은 시국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 』고 전면전에 가까운 대여공세.
김 총재는 『전두환씨는 군인답게 당당하게 5공·광주특위 증언대에 서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정치자금조성 경위, 특히 야당분열에 사용된 자금내용을 밝히라』고 촉구.
김 총재는 『독재정권은 야당 탄압과 분열공작에 돈을 제일 많이 사용한다』고 지적.
그는 『정부의 5공 비리 척결의지가 희박한데 어떻게 정부에 5공 척결을 맡길 수 있겠느냐』면서 그 동안 주장해온 특별 검사제 설치에 집념.
김 총재는 『올림픽 전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나 자신이 누차 강조해왔다』고 상기하면서 『정부 여당이 질질 끌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그쪽에서 원하는 연말까지의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실기에 따른 기간연장이 불가피하다』고 강조.
민주당은 특히 『국민의 뜻에 따라 사법적 차원에서의 문제처리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 노 대통령의 사법적 처리에 정면 공격 서청원 대변인은 『정치적 사면이라는 어설픈 방법으로 매듭지을 성질이 아니다』고 가세.
특히 노 정권이 5공 체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원천적 정통성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정권 재 신임문제를 심각히 검토하겠다고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
이와 관련, 한 당직자는 『전씨 문제는 이제 여야 정치적 협상 대상이 아닌 노 정권의 재 신임 문제로 옮겨지고 있다』고 선언, 정국이 전면전상태로 접어들었다고 평가.

<공화당>
김종필 총재는 ▲노태우 대통령의 담화내용을 하루 전인 25일 저녁 홍성철 청와대 비서실실장으로부터 김동근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받았고 김용채 총무도 김윤환 총무보좌관을 통해 원고를 입수.
김 총재는 담화문을 『밤에 두 번, 아침에 한번을 읽어봤다』면서도 『직접 얘기하는걸 들어보고 얘기하자』며 매우 신중한 자세.
공화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담화에 『의지가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지난 9개월 동안 「말의 성찬」만 벌여온 6공 정부이니 만큼 일단 그 실천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
김 총재는 『만약 담화내용대로만 실천된다면 평가하겠다』며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선 「시각적 공감대」를 자아낼 실천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
공화당은 정부가 이러한 「시각적 공감대」를 만들고 국회활동에 적극 협조할 경우 5공 특위를 정부 요청대로 연내 마무리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야당간 의견조정을 위해 필요하면 야3당총재 회담도 갖는 등 정국운영에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김 총재는 이러한 실천이 가시화 되기도 전에 집권자가 먼저 「사면」을 들고 나온 건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에게 짜증을 느끼게 할지도 모르겠다』며 『전씨는 생이불여사니 그냥 놔두고 나를 지켜 보라. 이러이러하게 할 테니 하는데 따라 한사람은 용서하고 나에게는 협력해달라』고 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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