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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에도 지지율 하락 … “냄비 속 개구리같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 협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 협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요즘 민주당을 보면 꼭 냄비 속 개구리 같아요.”

민생에 제목소리 못내 국민 외면 #후보들은 친문·적폐청산만 강조 #정책 추진 마지노선 40%도 붕괴

22일 더불어민주당에서 10여년간 일해 온 내부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현재 민주당 상황을 끓는 물 안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개구리(boiling frog)에 빗댔다. 이어 “당 지지율이 단번에 급락하면 깜짝 놀라 대응하겠지만, 매주 1~2%포인트씩 하락하다 보니 위험 정도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3~17일 2007명에게 설문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p) 민주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39.6%로 3주 연속 하락했다. 7월 넷째 주 44.0%에서 42.8%(8월 1주)→40.6%(8월 2주)→39.6%(8월 3주)로 매주 1~2% 포인트씩 떨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풀어가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청와대에 종속돼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지지율도 묶여서 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6월 2주 75.9%→8월 2주 56.3%)과 민주당 지지율은 동반 하락세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당이 어떻게 나아갈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대통령과의 관계만 강조하고 있다”며 “당 지지율이 앞으로도 한동안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당의 가장 큰 축제인 전당대회를 치르는 동안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일은 드문 경우다. 당권 주자들의 유세와 이에 대한 보도로 당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공약에 대한 조망도 많아져 지지율이 오르는 게 정상이다. 이를 ‘컨벤션 효과’라고 부르는데 민주당의 경우는 전당대회 기간 중 오히려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지지율 40%대가 붕괴되면서 대응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지지율 40%는 여론의 힘을 빌어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대선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당권 주자들이 보수 정부 적폐청산에 집중하다 보니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민생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일 열린 고용 해결을 위한 당·정·청 회의를 예로 들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얘기만 있고 당은 안 보였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선의 승부를 권리당원이 좌우하는 구조이다 보니 후보들이 전체 민심보단 열성 지지층의 여론에만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권 주자들이 정치적 선명성 경쟁에만 집중하고, 최근 고용쇼크 등으로 인한 민생대책엔 소홀하단 분석이 나온다.

현일훈·윤성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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