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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경리만 본 여직원에게 … 음악저작권협회 “유흥업소 돈 받아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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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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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음악 저작권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수십년간 경리 업무를 해온 여성 직원에게 단란주점·유흥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현장 저작권료 징수 업무를 맡기기로 하면서 갈등이 일고 있다. 협회 측에선 “자연스러운 직무 전환”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선 “현 집행부가 여성 직원을 내보내기 위해 꼼수를 쓴다”는 비판이 나온다.

협회측 “경리업무 줄어 직무 변경” #직원들 “그만두게 하려는 꼼수”

음저협은 지난 5월 이사회에서 지방 지부 경리 담당 여직원 9명을 ‘공연관리’ 업무에 재배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결정은 지난달 해당 직원에게 통보됐다. 공연관리는 저작권료를 내지 않은 단란주점이나 유흥업소 등을 직접 방문해 저작권료를 납부하도록 독촉하는 업무다. 업무 특성상 늦은 시간(오후 5~11시)에 현장을 방문한다. 업소 측과 갈등이 생길 수 있어 지금까지는 남성 직원이 전담했다.

하지만 협회 측이 업무 변화를 추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협회는 기존 저작권료 징수 방식인 지로, 무통장입금을 입금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가상계좌로 대체하면 경리 업무가 줄어들어 직원의 직무를 바꿀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웅 음저협 지부사업국장은 “업무효율 증대를 위해 경리 직무 폐지와 가상계좌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여직원들의 퇴사를 종용하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부 경리 여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22년이다.

이에 대해 음저협 지방 지부의 경리 직원 A씨는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안전 문제도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협회 측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오래 근무한 경리 직원들이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을 협회가 못마땅하게 여겨 일을 그만두게 하려는 술수”라고 주장했다.

음저협은 저작권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방송국이나 노래방, 카페 등으로부터 저작권료를 징수해 작곡가들에게 나눠주는 단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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