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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압구정동에서 한 달 60만원으로 살아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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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유하는 공유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여행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공유 오피스 ‘위워크’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제는 주거공간은 물론, 서로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공유하는 코리빙(co-living) 문화가 확산중이다.

커먼타운 ‘샤브레아망드’의 키친 풍경. 11개의 개인용 냉장고가 이 곳이 여러 명이 거주하는 셰어하우스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커먼타운]

커먼타운 ‘샤브레아망드’의 키친 풍경. 11개의 개인용 냉장고가 이 곳이 여러 명이 거주하는 셰어하우스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커먼타운]

샌프란시스코, 뉴욕, 런던 등 살인적인 주거비용으로 악명 높은 외국의 대도시에선 코리빙 문화가 일찍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코먼, 영국의 더 컬렉티브올드오크, 일본의 월드네이버스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2017년 오픈한 코오롱하우스비전의 ‘커먼타운(Common Town)’을 비롯해 ‘우주’ ‘단비’ 등의 코리빙 셰어하우스가 이미 성업 중이다. 이들의 특징은 압구정동, 삼성동, 서래마을, 청담동 등 상권이 발달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창조하는 가장 핫한 동네지만 비싼 임대비용 때문에 거주가 어려웠던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더 좋은 공간을, 더 좋은 동네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8월 16일 서울 압구정의 오래된 고급 맨션단지 안에 위치한 커먼타운 ‘샤브레아망드’에 방문했다. 약 215㎡(65평)의 공간에는 총 11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7개의 방과 3개의 욕실, 주방과 거실, 세탁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널찍한 거실과 다이닝 공간, 모든 조리도구가 갖춰진 주방도 있다. 개인용 냉장고가 여러 대 늘어선 풍경이 신기하다. 개인 공간은 독립적이다. 방문마다 문고리 도어락이 설치돼 있고, 1인실 기준 약 9.9㎡(3평) 정도 되는 공간에 1인용 침대와 책상, 옷장, 화장대 등이 효율적으로 구성돼 있다. 공용·독립 공간 모두 거의 몸만 들어가도 될 정도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데 침구나 조리도구, 수납을 위한 소가구, 식기류 등까지 제공한다. 주방세제·고무장갑·화장지 등의 소모품도 교체, 충전되는 시스템이다.

공용공간인 거실에는 소파와 TV 등이 놓여 있다. [사진 커먼타운]

공용공간인 거실에는 소파와 TV 등이 놓여 있다. [사진 커먼타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도 특징이다. 거실 한쪽에는 다도를 즐길 수 있도록 티 테이블이 놓여 있다. 지하에는 운동 공간도 있다. 커먼타운의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상품디자인팀 이현정 매니저는 “압구정 지역에만 총 10개의 하우스가 있는데 각 집이 위치한 지역의 특색을 반영해 모던, 내추럴, 빈티지, 레트로 등 다양한 콘셉트의 인테리어로 구성해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렴한 비용으로 경제성만을 강조한 기존 셰어하우스와 달리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멋진 공간을 기획하는 데 방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동네와 건물 연식, 제반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보증금 150만원에 월 납입액 60만~120만원 정도로 책정돼 있다고 한다. 관리비는 따로 없고, 소모품도 제공되는 조건이다. 최소 계약단위는 6개월이다.
여기까지는 기존 셰어하우스의 고급 버전 정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커먼타운 등 최근 코리빙 문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부동산뿐 아니라 다양한 무형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들은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는 것뿐 아니라 호텔처럼 다양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먼타운의 경우 주 1회 공용 공간, 욕실 등을 위한 청소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부 업체와 제휴해 이불 세탁 및 짐 보관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코리빙 셰어하우스는 무형의 서비스에 더 집중한다. 커먼타운 역시 외부에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마련했다. [사진 커먼타운]

코리빙 셰어하우스는 무형의 서비스에 더 집중한다. 커먼타운 역시 외부에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마련했다. [사진 커먼타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주자간의 네트워크 강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함께 살면 더 좋다’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커뮤니티 라운지, 도서관, 피트니스 센터, 루프톱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커먼타운은 ‘샵 커먼타운’이라는 카페와 ‘커먼타운 워크&힐’이라는 공용 오피스 공간을 제공한다.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소셜 프로그램 역시 이들의 강점이다. 국내 셰어하우스 업체인 ‘우주’는 100개 이상의 체인을 운영하는데 입주자 전체 커뮤니티를 형성해 입주자간의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고 강연, 교육, 파티 등을 유치한다. 이태원에 위치한 커먼타운 ‘아인슈페너’는 자생적으로 러닝 클럽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외부 영화 동호회의 정기 상영회를 유치해 입주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푸드·메이크업 클래스 등을 마련하는 등 입주자들의 자기계발과 소셜 활동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도 운영한다.

영국의 코리빙 하우스 ‘더 컬렉티브 올드 오크’의 도서관. [사진 더 컬렉티브 올드오크]

영국의 코리빙 하우스 ‘더 컬렉티브 올드 오크’의 도서관. [사진 더 컬렉티브 올드오크]

일본의 소셜 아파트먼트 ‘월드네이버스’의 옥상 파티 모습. [사진 월드네이버스]

일본의 소셜 아파트먼트 ‘월드네이버스’의 옥상 파티 모습. [사진 월드네이버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7%에 육박한다고 한다. 소유보다 공유 문화에 익숙하고, 독립적 개인을 추구하면서도 소셜 활동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코리빙 문화가 새로운 주거 형태로 낯설지 않은 이유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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