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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납득할 「후속조치」에 고심|노 대통령 담화발표 대책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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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씨 은둔」이후 조치를 놓고 여권이 고심하고 있다.
당정 조기 개편 설이 나도는 가운데 25일로 예정했던 노태우 대통령의 대 국민담화발표가 26일로 하루 늦춰지는 등 대응책마련에 진통하는 모습이다.
청와대측은 전두환 전 대통령문제의 후속처리를 위한 노태우 대통령의 담화를 가급적 빨리 발표하려고 서둘렀으나 국민의 기대수준에 맞는 발표내용을 짜내기가 쉽지 않아 발표시간을 몇 차례 늦추는 등 진통.
청와대측은 당초 24일 밤 당정간 최종 독회를 끝내고 5일 낮 TV녹화를 해두었다가 이 날밤 8∼9시쯤 방영하려 결정했다가 미리 만든 초안이 여러 언론기관의 여론 조사결과와 민정당 측의 요구에 미흡하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25일 아침 갑자기 다시 당정모임을 가진 끝에 발표시간을 26일 10시로 변경
한 당국자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전 전 대통령의 발표에 대체로 수긍·동정하는 것 같으나 사면하더라도 진상규명만은 해야 된다는 쪽이 의외로 높아 이를 어떻게 노 대통령의 의중과 조화를 시키느냐가 제일 어려운 대목』이라고 실토.
이 당국자는 『전 전대통령의 사과·은둔발표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것이며 전 전 대통령에 대해 더 이상 조사하거나 그를 대중 앞에 끌어내 추궁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그것은 부관 참시나 다름없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국민들이 노 대통령의 그 같은 호소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노 대통령으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으므로 자연히 표현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
이 때문에 청와대측은 당초 담화에서는 노 대통령이 포괄적인 대 국민 호소만 하고 후속 조치는 그 이후에 연결시킨다는 방침을 바꿔 담화내용에 상당히 구체적이고 국민이 받아들일만한 후속조치를 담기로 원칙을 바꾸고 구체적인 작업에 돌입.
이에 따라 담화문 작성을 위한 내부회의도 확대해 구속자 석방·광주사태·삼청교육·숙정 공무원의 구제 내지 보상을 다루는 부처 관계자들을 포함시켜 광범위하게 내용을 재검토.
청와대측은 또 담화문 발표에 앞서 야당총재들과 영수회담을 추진했다가 야당 측의 반대로 어렵게 되자 대신 김수환 추기경, 최규하 전대통령, 신현확·김상협 전 총리 등을 청와대로 초청,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했는데 원로들 대부분이 빨리 해결하도록 해달라는 희망과 함께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국민을 이해시켜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후문.
이번 담화는 격앙돼 있는 국민감정을 치유하고 사회분위기를 가라앉혀 국면을 일거에 전환시킬 수 있는 고단위 처방이어야 한다는 인식은 정부·여당 쪽에서도 충분히 갖고 있는 듯하나 『그 동안 항생제를 많이 투입해와 이젠 웬만한 충격요법으론 통하지 않게 됐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담화발표로 전씨에 대한 사법적 처리 요구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하며 특위활동도 『이젠 더 다룰게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가 돼야하나 사실상 그만한 소재가 없다는 점이 정부·여당의 딜레마라는 설명이다.
고민의 초점은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비리의 진상규명」선을 어디까지로 하느냐는 것.
전씨의 재산상태를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정도로 마무리 지었으면 하는 게 여권의 바람이지만 이 정도로 마무리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있다.
이미 애초의 공격목표가 노 정부로 옮아가고 있는데 수사를 더 이상 안 하면 5공 비리의 멍에를 함께 질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를 지나치게 확대하면 여권전체에 벌집 쑤셔놓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
일해 청문회에서 나타난 대로 일해재단을 수사하게되면 장세동씨 등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고 또 야당요구대로 골프장 내인가·을지로 재개발·제2 민항 등 온갖 것을 수사하면 정치자금 전체가 문제 거리가 되고 사회가 진정은커녕 더욱 소연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진상규명 대상의 범위선별, 수사대상의 한정이 여권에는 어려운 선택이나 장세동·안현태씨 등 측근 수사와 같은 상당히 단호한 건의도 있다는 것이어서 채택여부가 주목.
그러나 이 경우에는 전씨 처리방안에 대한 동정론과 측근으로 수사확대 경우 반발 등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
담화문에서는 5공화국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함께 지금까지 여권을 받쳐온 기존의 사고와 기준에선 완전 탈피해 새 시각·새 기준으로 접근, 말 그대로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을 느낄 수 있는 획기적인 표현을 준비중이라고 관계자들은 장담하고있다.
담화문엔 노 대통령이 5공에 동참했던 인물임을 자인하면서 『그러한 사실 등을 포함해 대 통령 선거 때 국민심판을 받았다』는 말을 덧붙여 다소 진전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각론으로 들어가 전씨 사면과 진상 조사 외에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구속자 석방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간첩 등 명백한 공산주의자와 살인범 등 극소수를 제외하곤 야권이 요구해온 시국사범은 대폭 석방할 방침이라는 것.
광주사태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의 하나였던 것으로 알러졌는데 민화 위 수준보다 발전된 방안을 제시한다는 현실적 요구와 그렇게 할 경우 자칫 군을 범법자로 규정하게되는 위험성이 있어 그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보상차원을 강조하는 선에서 결론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삼청교육대문제는 사상자 신고에 따른 보상을, 숙정 공직자문제는 명예회복·8년 기간에 대한 보상·가능한 범위 내 에서 복직을 약속 할 것으로 알러졌다.
이른바 전씨 은둔이후 정국의 대처방안을 놓고 머리를 짜내고 있는 민정당은 노 대통령의 대 국민담화를 차제에 여소 야 대 정국을 헤쳐나갈 일대 전환점으로 삼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한 표정.
우선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관철시켜 5공 비리정국을 일단락 짓는 동시에 그 동안 일해·광주사태 등 청문회 펀치에 휘청거리던 민정당의 입지도 강화돼야 한다는 전략.
때문에 노 대통령 담화 발표 후 여야영수회담을 통해 야당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당의 골격을 바꾸는 작업도 범행한다는 것.
민정당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정국운영모델을 위해 야당과의 제휴가능성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정 개편 시 야당 인사를 내각에 참여케 하고 국회 직 배분에 있어 양보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사안별 정책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 등 이 설득력 있게 등장.
민정당은 특히 당 정 개편에 있어 △국회 직까지 포함하는「대폭」이어야하고△5공수구파의 과감한 배제 등을 가시적으로 구현하면서 민정당을 「노태우 당」화하고 이에 따라 당 면모도 △80년 상황에서 마련된 당 이념·정책 등을 6· 29 정신이 수용되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각종 당직의 경선제 도입을 포함시키는 등 획기적으로 전환한다는 구상.
당정개편은 12월3, 4일 중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5공 인물 철저 배격이 주요기준이 될 것이라 고해 결국 「노태우 친정체제」구축이 될 것이라는 예상.
그러나 당내 최대세력인 대구·경북세력은 노 정부의 리더십과 정국운영방식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청와대중심의 노 체제 뿌리내리기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고 있어 당내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24 일 밤 민정당 중진위원 전원을 초청한 청와대 만찬에서 노 대통령이 밝힌 그의 심경과 구상에서도 여권이 안고 있는 고민이 잘 드러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우선 전씨 문제는 5공에 이어 6공을 담당하고 있는 민정당 등 여권중추가 떠맡아야할 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의 국가발전에 대한 공헌이 컸음에도 불구, 떠나가야 하는 참담한 모습을 볼 때 오랜 막역지우로서 말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는 연민을 털어놓으면서 『이런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은 전임 대통령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함께 일했던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전씨의 대 국민사과이후 역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전씨에 대한 사면임을 암시했는데 이는 전씨에 대한 「약속」일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골치 아팠던 연희동 정국·5공 비리 정국을 탈출해야한다는 판단 때문.
노 대통령은 『일부 야당이나 재야 쪽에서는 사법적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듯하나 전임 대통령에 대한 조치는 더 이상 없어야한다』며 『앞으로 야당과의 정치적 합의로(이 문제를)마무리짓는 것이 국민적 합의다』고 피력.
노 대통령은 담화문의 기조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과거의 부정적 요소를 조속히 청산하고 새 역사를 만들어갈 전환점에 서 있다』며 『금명간 이 뜻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언급해 「새로운 출발」에의 결의를 표명.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 중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노 대통령으로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수위 높은 표현을 구사한 내적 「경고」였는데 이의 해석을 놓고 민정당 지도부도 무거운 분위기.
노 대통령은 『새로운 역사 창출에는 새로운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당직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당과 국가를 위해 희생되지 않을 수 없다』고 피력.
당정개편이 임박 한데다가 전씨 문제처리에 있어 실기의 책임을 공유하고있는 당 지도부는 특히 「희생」이란 표현에 섬뜩한 표정들. 한 참석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마음속에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는데 최근 당의 고민을 강 건너 불 보듯 해온 국회 고위간부들이 포함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
박준병 사무총장은 『6·29의 살신성인정신을 바탕으로 민주화조치를 해나가자는 뜻일 것』이라고 설명.
좀처럼 인사에 관한 한 의중을 드러내지 않는 노 대통령도 이날은 『조만간 당정의 면모를 일신 할 것』 이라고 못박아 과감한 요정개편을 암시. <허남진·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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