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판예금 불티 … 부동산 주춤하자 최근 5조 넘게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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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뭉칫돈이 은행의 특판상품과 후순위채에 몰리고 있다. 3.30 대책 등으로 부동산시장마저 주춤해지면서 부동자금이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은행상품에 빠른 속도로 몰려드는 것이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특판예금을 판매 중이거나 판매한 하나.산업.신한.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에 몰린 자금은 모두 5조2000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시중 부동자금 약 440조원의 1.2%가 한꺼번에 몰려든 셈이다.

지난달 24일부터 4조원어치 특판예금을 팔고 있는 하나은행에는 10일까지 2조3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들어왔다. 연 4.8%짜리 정기예금 상품에 1조9000억원, 1년 이상 투자하면 연 5.2%를 주는 양도성예금증서(CD)에 4000억원가량의 돈이 들어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특판예금의 판매 속도가 예년에 비해 훨씬 빠르다"며 "이런 추세라면 이르면 이번 주 특판 한도가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흥은행과 통합 기념으로 4월 한 달간 특판행사(금리 연 4.8%)를 진행했던 신한은행도 모두 1조466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산업은행이 3월 말부터 판매한 특판상품(금리 연 5%)도 최근 5000억원어치가 모두 팔렸다. 2월 1일부터 지난 4일까지 판매됐던 SC제일은행의 정기예금 특판(연 5.15%)에는 916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은행들이 이처럼 특판예금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소호대출 등 대출 경쟁이 심해지면서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 잔액의 비율)을 80% 선으로 맞추기 위해 예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판예금뿐 아니라 투자 기간이 길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후순위채도 나오는 즉시 팔리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국민은행이 자금 마련을 위해 3월 말 내놓은 5년10개월 만기의 후순위채(연 5.7%)는 이틀 만에 당초 목표했던 5000억원어치가 모두 팔렸다. 국민은행은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해 당초 목표액의 4배에 육박하는 1조9009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신한은행 올림픽선수촌지점 한상언 PB팀장은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동산에서 유입된 자금이 1년짜리 고금리 특판예금이나 후순위채권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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