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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찾아주세요" 방송서 울던 남편이 살해범으로 밝혀져.…미국 사회 충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누군가 그들을 데려갔다면, 돌려보내 주십시오. 나는 나의 가족이 보고 싶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실종된 아내와 두 딸의 이름을 부르던 남자가 그들을 살해한 범인으로 밝혀졌다.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주에서 지난 주 발생한 모녀 살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신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크리스토퍼 왓츠가 16일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임신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크리스토퍼 왓츠가 16일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콜라라도주 검찰은 이날 살인 혐의로 체포된 33세 남성 크리스토퍼 와츠를 1급 살인 및 시신 유기 등 5개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을 언론에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을 처음 인지한 것은 지난 13일. 아내 섀넌(34)의 친구가 경찰에 전화를 걸어 “섀넌과 산부인과에 가기로 했는데 나타나지 않는다. 어제 밤부터 연락도 되지 않았다”고 신고를 하면서다. 경찰이 집을 방문하자 남편 크리스토퍼는 “아내가 출장을 다녀온 후 연락이 끊겼으며, 두 딸 셀레스트(4)와 벨라(3)도 함께 사라졌다”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아내는 셋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다음 날인 14일 남편 크리스토퍼는 ABC, NBC 방송 등에 출연해 “가족들을 찾아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15일, 그는 살인 용의자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다.

지난 14일 abc 방송에 출연해 가족을 찾아달라고 말하는 크리스토퍼 왓츠. [사진 방송화면 캡처]

지난 14일 abc 방송에 출연해 가족을 찾아달라고 말하는 크리스토퍼 왓츠. [사진 방송화면 캡처]

20일 경찰 발표에 따르면 용의자인 남편 크리스토퍼는 13일 새벽 2시쯤 출장에서 돌아온 아내와 말다툼을 했다. 회사 동료와 내연 관계에 있던 남편은 아내에게 “헤어지자”고 했고, 싸움은 커졌다.

크리스토퍼는 경찰 조사에서 “잠시 진정하기 위해 방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침실로 돌아가니 아내가 없었다. 아이들 방을 비추는 모니터를 봤더니 큰 딸이 침대에 늘어져 있었고, 아내가 둘째 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아이들 방으로 가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이후 세 사람의 시신을 트럭에 싣고 자신이 일하는 정유회사 작업장으로 갔다고 말했다. 인근 CCTV 영상에는 트럭이 13일 오전 5시 27분 진입로를 후진해 집을 떠나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경찰은 실종 신고 후 일대를 수색하던 중 정유회사 공터에서 크리스토퍼 집 안에 있던 침대 시트와 같은 무늬의 천 조각들을 발견했다. 15일에는 아내 섀넌의 시신을 정유회사 공터에서 찾아냈고, 그 직후 남편 크리스토퍼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다음 날인 16일에는 기름 탱크 안에서 두 딸의 시신이 발견됐다.

미국 콜로라도주 프레드릭 지역에 있는 크리스토퍼의 집 앞에 쌓여 있는 인형과 희생된 세 모녀의 사진. [AP=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프레드릭 지역에 있는 크리스토퍼의 집 앞에 쌓여 있는 인형과 희생된 세 모녀의 사진. [AP=연합뉴스]

경찰은 20일 “용의자는 딸들을 살해한 것은 아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DNA 분석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아이들의 시신이 3일 넘게 기름 안에 있었지만 검사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들이 살던 집 앞에는 이웃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과 인형이 쌓이는 등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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