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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스마트폰 시대에 ‘로또 상봉’ 언제까지 봐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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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 남쪽의 이산가족 89명이 2박3일간 금강산에 머물며 68년 동안 만나지 못한 북의 혈육 197명을 만난다. 24~26일엔 북측 가족 83명이 남쪽 가족 337명을 상봉한다. 지난 2015년 이후 2년10개월 만의 상봉 행사다. 상봉을 앞둔 가족들의 절절하고 가슴 먹먹한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다. 말이 2박3일 상봉이지, 가족들은 통제 아래 여섯 차례에 나눠 총 11시간 만난다. 마지막 날, 살아생전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온정각은 그야말로 통곡의 현장이 된다.

1985년 고향방문단으로 시작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건 이번 포함, 21차례다. 직접 상봉한 가족 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4186가족(1만9930명)뿐이다. 상봉을 신청한 실향민 13만2603명 중 7만5544명이 한을 안은 채 세상을 떠났다. 생존 5만7059명의 62%가 80대 고령으로, 매년 4000여 명이 세상을 떠난다. 어쩌다 이뤄지는 행사에 남북 각 100명 정도 선발하는 식이니 300년 지나도 상봉을 다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당첨된 이들에겐 ‘상봉 로또’요, 생존자들에겐 ‘희망고문’인 셈이다.

‘판문점 선언’의 약속대로 이번 행사가 이뤄진 건 다행이지만, 이제는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이산가족이 더 이상 남북 협상의 카드가 돼서도, 남북 화해의 상징인 양 이벤트로 그쳐서도 곤란하다. 인륜과 인권의 문제라서 그렇다. 지구 끝, 생면부지의 사람과도 스마트폰으로 화상통화할 수 있는 21세기 IT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코미디이자 비극 아닌가. 그 비극을 멈춰야 한다. 생사와 주소를 확인하고 서신이나 전화, 화상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봉의 정례화, 상설면회소 설치도 절실한 문제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이설주를 데리고 해외 방문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인륜의 문제를 대남 협상의 카드에서 제외하고 이산가족  상봉에 적극 나서는 게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