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오히려 상처와 부작용 투성이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고 고집했다. 그러곤 국민 세금을 쏟아붓는 땜질 대책만 거론했다. 어제 열린 긴급 당·정·청 회의가 이랬다. 이 회의는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충격적인 ‘고용 재앙’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모임이었지만 더 큰 실망만 남겼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경제 정책들이 효과를 내면 고용이 개선될 것이라 확신한다.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탈 많은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후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19년도 일자리 예산을 올해 증가율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재정을 더 확장적으로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금까지 일자리 정책에 54조원을 투입했건만, 고용은 악화 일로다. 고용 재앙의 근본 원인을 무시한 채 혈세만 쏟아붓는다고 일자리가 개선될 리 만무하다.
최악 고용 재앙 부른 주범인데 #장하성 실장은 밀어붙이기 고집 #악순환의 늪 빠지기 전 정책 바꿔야
국민들은 지난 주말을 충격 속에서 보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통계청 발표 때문이다. ‘고용 절벽’은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이 정도로 형편없는 성적일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실업자는 7개월 연속 100만 명을 웃돌았다. 한참 자녀를 교육할 나이이자 경제활동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의 일자리 상황은 더 참담하다. 1년 새 취업자가 14만7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로 인해 구조조정에 시달리던 1998년 8월 15만2000명이 줄어든 이래 20년 만에 최악이다. ‘고용 재난’ ‘고용 참사’란 비관적 말이 나오는 이유다.
원인이 보이는 만큼 해법은 찾을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이념적 접근법을 내려놓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생각은 다르다. 고용 재앙의 원인 분석부터 그렇다. 성역이라도 되는 양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인구가 줄어 취업자 수가 많이 늘지 않았고, 사상 유례없는 더위로 자영업 장사가 잘 안돼 고용이 줄었다”고만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한국과 달리 선진국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미국은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다. 직장을 옮기기 위한 일시적 실업 말고는 실업이 거의 없다. 일본의 고용률은 77%로 한국(67%)보다 10%포인트나 높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는지는 자명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 성장과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반기업 정책이다. 당장 지난달 도소매·숙박·음식점·시설관리업 등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에서만 일자리 18만1000개가 증발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를 인정하고 경제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고용 부진이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를 불러 일자리가 더 사라지는, 그야말로 재앙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지만, 일자리를 다 잃고 가게 문을 닫은 뒤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경제 핸들을 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