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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투혼' 박상영 "아파서 졌다는 건 날 이긴 선수에 대한 실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전에서 한국 박상영이 무릎 통증으로 주저앉아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17일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전에서 한국 박상영이 무릎 통증으로 주저앉아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경기 전부터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무릎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리우의 영웅' 박상영(23·울산광역시청)의 도전이 아쉽게 끝났다. 무릎에 쥐가 난 상태로 투혼을 발휘했지만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박상영(세계랭킹 3위)은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카자흐스탄의 드미트리 알렉사닌(26·8위)게 12-15로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오른손잡이인 박상영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같은 라인에 서는 왼손잡이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왼손잡이 알렉사닌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박상영은 1-4로 뒤진 상황에서 오른 무릎에 불편함을 느껴 피스트에 주저 앉았다. 얼음 찜질로 응급 처지를 한 뒤 다시 경기에 나섰다. 무릎 상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지만 박상영은 있는 힘을 다해 끝까지 버텼다. 박상영은 경기 종료 40초를 남기고 10-12까지 추격했지만 다시 한 번 쓰러졌다. 20초를 남기고 12-13까지 추격했지만 내리 2점을 내주며 아쉽게 졌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는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한 동안 고통을 호소했다.

17일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전에서 한국 박상영이 무릎 통증으로 주저앉아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17일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전에서 한국 박상영이 무릎 통증으로 주저앉아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시상식을 마치고 만난 박상영은 "아파서 졌다는 건 핑계일 뿐이다. 좀 더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했어야 했는데 심리적인 부분에서 지고 들어갔다"며 "알렉사닌은 원래 잘했던 선수다. 몸 상태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건 저를 이긴 선수에게 실례가 된다"고 했다.

박상영은 리우 올림픽 결승에서 헝가리의 임레 게자(44)에 10-14로 뒤지다 15-14로 역전승을 거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는 "할 수 있다"을 읊조렸고, 역전에 성공했다. 12-13까지 추격한 상황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박상영은 "유감스럽게도 '할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아팠다"며 "열심히 했지만 실력대 실력으로 졌다. 반성하고 좀 더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후 양달식 감독은 "훈련을 거듭하면서 무릎에 과부하가 걸려 쥐가 났다"며 " 22일 열리는 단체전까지 회복해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상영은 이날 은메달의 아쉬움을 단체전에서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무릎이 많이 진정된 상태라 괜찮아질 것 같다. 단체전에서 무릎 때문에 경기력에 지장을 미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은메달도 나에겐 값진 메달이다. 물론 아쉬움은 남지만 남은 단체전에서 최선을 다해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자카르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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