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문 대통령의 남북 철도·도로 발언 미국 화나게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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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과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과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올해 안에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이 목표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정부를 화나게 만들 것이라고 미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나 인권 상황에 뚜렷한 변화가 없는데 경협을 강조하는 것은 한·미 동맹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며 이는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VOA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대북 제재를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미 정부 내 여러 관리를 분명히 화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반영한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올해 안에 착공식이 목표라고 시기를 밝힌 게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뱁슨 전 고문은 “특히 일부 미 관리의 경우 이를 남북합의가 한미동맹 공약보다 더 중요하다는 공개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한미동맹을 강조해온 관료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화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지렛대가 남북한보다 없다는 것도 딜레마”라고 꼬집었다.

미 워싱턴 소재 조지타운대학에서 한국·중국·일본 경제를 강의하는 윌리엄 브라운 객원교수도 "문 대통령의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화나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추후 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 발언이라도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에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인 것도 아니고 내부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나 인권을 개선한 것도 아닌데 문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미 관리들에게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느냐’고 반문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기 전까지는 미 행정부가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에 분명 반대할 것”이라며 “제재가 바람대로 풀리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오히려 북한으로부터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브라운 교수는 “철도·도로 연결 같은 대규모 사업이 한국 주도로 북한에서 진행되는 건 북한 정권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돈, 장비, 기술, 자원만 지원 받아 스스로 사회기반 시설 구축에 나서길 원하지 대규모 프로젝트로 한국의 영향력이 북한에 미치는 건 원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랜드연구소의 데릭 그로스먼 연구원도 지난 15일 SNS를 통해 “문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는 그가 비핵화와 남북 관계 정상화 가운데 무엇을 우선으로 여기는지 알게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올해 안에 한국 정부가 어떻게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정상이 얼마나 비핵화에 진전을 이룰지가 경협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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