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선 지금|종친회등 얼굴내밀기 바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방에는 벌써부터 지자제 선거바람이 일고있다. 지방의회 선거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정국변수를 내다본 정치지망생들이 동창회·종친회·계모임등을 두루 찾아 얼굴 내밀기등으로 미리, 표를 다지는 선거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대도시보다 지방의회 사무실이 마련된 중소도시와 경북·경기·제주·충남지방이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총선때 황색바람을 일으켰던 호남지방은 정중동의 대조적인상태. 경쟁률이 3대1에 다다르는 자천·타천 후보들은 이미 각정당을 기웃거리며 「선거자금」과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에 한창이다.

<경북·대구>
경북의 경우 도내 33개시·군중 안동·상주·영양·칠곡·문경등 5개군을 제외한 28개시·군은 2천만∼1억원을 들여 기존사무실을 활용하거나 건물을 신축하는등 지자제에 대비한 지방의회사무실을 이미 마련했다.
이같이 지방의회사무실이 마련되자 경산·영주·의성·예천등에는 벌써 지방의회 의원선거바람이 불어 풍성한 선거얘기가 쏟아지고있다.
안동군의 경우 지방의회 출마의사를 보이거나 은연중에 출마의사를 비추는 지역유지는 1개 읍·면에 2∼3명. 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자천·타천 후보자는 30여명에 이르고있다.
상주군도 읍·면관내 단위조합장및 통대의원출신 유지 30여명이 출마의사를 나타내고 있고 경산군도 같은실정.
자천·타천 후보자들은 길흉사·계모임·종친회·동창회등에 얼굴내밀기가 부쩍 늘어나 사실상 선거운동이 시작된 셈.
예천군의 김모씨(47)는 지난9월부터 군내에서 열리는 체육대회·종친회·동창회등 행사가 있을때마다 한번도 빠짐없이 축의금등을 내놓고 주민들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의성김金씨 문중시사제가 열린 지난달20일 청송군 현서면 도동에서는 지역유지들이 대거 얼굴을 내밀어 예년에 볼수없던 성황을 이뤄 가위 선거열풍을 느낄정도였다. 이같은 선거바람은 지방의회사무실이 마련된것이 촉매제.
이들 출마대상자들은 나름대로 표를 갖고 있는 농협단위조합장·통대의원·군정자문의원·상공인들이 대부분으로 다방가에는 이들의 깍듯한 차대접이 눈길.
반면 대구시민들의 관심은 직할시의회나 시장직선제에 쏠리고 있을뿐 구단위 지방의회에 대해 『구단위의원이야 통·반장이나 생각할 대상』이라며 냉담한 표정이다. <이용우·김영수기자>

<경기·인천>
3백52개읍·면·동에서 4백58명(추정)의 시·군의회의원을 뽑게될 경기도는 여권측에서 후보자 선정작업을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25명의 의원을 뽑을 수원시의 경우 여권에서는 당조직을 정비, 동단위협의회장·민정당지도장·당원등을 중심으로 선별작업을 은연중에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
여당측의 이같은 선제공격(?)을 받은 공화당과 평민당도 5∼6명의 인사들을 대상선에 올려놓고 내정을 검토중이라고.
또 지방의회진출을 꿈꾸는 많은 인사들은 가능한한 당추전을 받아 선거자금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진출까지 넘보고 있어 각종 모임마다 지방의회후보자가 화제거리로 등장.
인천시의 경우도 본인의 뜻과는 달리 시정자문의원·구성자문의원등을 상대로 거론되는 인사만도 30여명.
아직 때가 이르다고 하면서도 자기네들끼리 자리를 함께할 경우 『자네 이번에 출마하게』 『구의원도 할만 하지 않나』하고 상대의중을 떠보는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영석·김정배기자>

<제주·강원>
제주도 지방의회열기가 대단하다. 모두 81명이 지방의회의원으로 나서게될 제주도에서는 일부 출마예상자들은 서둘러 표밭점검에 나서고 있으며 벌써 「당락」을 점쳐보는 인사까지 있다는것.
자천·타천으로 도내에서 거명되고 있는 인사는 2백여명이 넘어 현재로서도 경쟁률을 최소한 3대1로 추정.
이중에는 재력을 앞세워 당선가능성을 점치는 입방아가 무성해 지방의회선거도 자칫 타락선거양상을 보일 전망.
강원도는 후보예상자들이「정중점」인 상태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실정.
정치상황이 변수가 높을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각정당의 지구당 정비작업이 늦어 정당추천 후보자선정이 착수되지 않고있기 때문.
이렇듯 표면적으로는 조용한 편이지만 일부지방에서는 정당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기반다지기·표분석 작업이 은밀히 진행중.
강릉시의 경우 민선시장을 노리는 4∼5명이 동창회와 사회단체·계모임을 통해 자의반 타의반의 출마의사를 표명.
이에따라 K씨는 상공업계를 중심으로, C씨는 지역문제연구소를 개설해 시역현안·개발등에 관한 논문집을 발간하며 전초전을 펴고 있다. <권혁룡·김형환기자>

<전남북·광주>
전남의지방의회의원수는 도내 27개 시·군, 3백17개읍·면·동에 1명씩 총3백46명.
영광·함평등 일부지방을 제외하고는 탐색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경북·제주등과 같이 드러난 선거운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함평은 전 읍장 김모씨(62)등 21명이 출마예상자로 오르내리고 있고 목포에는 30여명이 거론되고 있으나 『지방의원이야 평통의원이나 동대표에 지나지 않겠느냐』며 비판이 거세 출마예상자들은 목을 숨긴 자라격.
광주는 지난5월 지방자치법이 개정될때만해도 지방의회를 노리는 정치지망생들이 크게 오르내렸으나 5공비리문제가 터지고부터 주춤한 상태.
18개 시·군에서 2백66명의 지방의원을 낼 전북도 전남과 마찬가지로 『두고보자』는 관망상태. 그러면서도 내심 후보 희망자들은 지방의회선거도 지난 양대선거의 영향으로 미뤄 황색바람을 기대하는 눈치. <모보일 ·임광희기자>

<충남·충북>
20개시·군중 공주를 빼고 지방의회사무실을 마련한 충남은 후보들의 경합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산군의 경우 11개면에 3명씩 33명이 출마할 뜻을 비추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각종위원회 위원이나 돈깨나 있는 이른바 지방유지들로 10월 들어서부터 체육대회등 행사에 빼놓지않고 참석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직할시 승격을 앞둔 대전시의 경우 전직고위공무원 이모씨, 전 국회의원등 6명이 직할시장후보로 거론.
충북은 이와는 달리 정치변수의 정세를 관망하며 결정하려는 태도가 역력. 다만 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대상자들끼리 두드러진 활동없이 서로 눈치작전을 펴고있으나 후보자이름이 좁혀지면서 선거바람이 불어닥칠 분위기다. <김현주·김현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