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야심만만' 노골적 변태 묘사 "저질 … 선정적" 비난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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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상파 방송의 오락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의 성적인 농담을 여과 없이 방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 변태를 주제로 다뤄 8일 오후 방송된 SBS-TV '야심만만'이다. 시청자단체들은 "신선함으로 봐 주기엔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내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장으로 변한 오락 프로의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해 떨어지면 엄마 밑으로 다 동갑"='방송 최초 시도! 내숭과 솔직함의 시선에 선 야심만만 토크 전사들의 화끈한 이야기'. 야심만만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글이다. 그러나 8일 방송분은 화끈하고 솔직했는지는 몰라도, 지상파 프로그램으로선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의 주제는 '이럴 때 내가 변태가 아닐까 생각된다'. 답을 맞히기 위해 출연자들은 질 낮은 농담을 불사했다. "키스하다가 깨물고 싶을 때, 혹은 애인의 정수리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면 흥분될 때…"(싸이), "남자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을 때나 남자 발레 공연을 볼 때 특정 부위로 자꾸 눈길이 간다"(엄정화), "남자가 입은 제복이 흐트러졌거나 제복이 벗겨진 모습에서 섹시함을 느낀다"(최화정) 등 술자리에서나 오갈 얘기들이 버젓이 방송됐다. "해 떨어지면 엄마 밑으로 (여자는) 다 동갑" "외간 여자는 밤에 많이 다녀 주면 생큐"라는 여성 비하적 발언도 전편에 이어 다시 전파를 탔다.

이에 대해 많은 시청자는 "친구들끼리 만나도 그렇게 노골적 얘기는 안 하는데, 방송에서 그럴 수 있는가" 등의 비난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의 박진형 간사도 "이날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지저분한 저질 방송"이라며 "자극적 소재로 눈길을 끌려는 시청률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라고 말했다.

◆ "소재 확대 차원"=그러나 야심만만의 최영인 PD는 "토크 소재를 확장시킨다는 차원에서 평소 건드려 보고 싶었던 주제를 선택했다"며 "다루기 힘든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얘기가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방송 도중 19세 미만은 시청을 자제해 달라는 문구를 띄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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