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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프라 '금강'이 말랐다···백제 문화제 추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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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대 문화제인 백제문화제 추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공주보(洑)를 전면 개방한 이후 금강에 물이 없기 때문이다. 공주 주민은 “녹조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국적인 행사는 열어야 하지 않겠냐”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 지난해 11월 금강 공주보 개방으로 강물 크게 줄어 #다음달 14일 개막하는 백제문화제는 강물이 핵심 인프라

지난해 11월 공주보 개방으로 공주시내 금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공주시는 백제문화제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11월 공주보 개방으로 공주시내 금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공주시는 백제문화제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공주 금강변에서 열린 백제문화제 장면. 경관조명이 화려하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공주 금강변에서 열린 백제문화제 장면. 경관조명이 화려하다. 프리랜서 김성태

14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공주시와 부여군은 오는 9월 14일부터 22일까지 백제문화제를 연다. 올해 64회째를 맞는 백제문화제는 충남의 대표 축제다. 올해도 60억원을 들여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공주시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을 중심으로 금강 일대에서 행사를 연다. 금강에 황포돛배 375척을 띄우고 부교(浮橋)도 설치한다. 공산성을 포함해 강 주변은 경관조명으로 꾸미기로 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황포돛배와 부교, 경관조명은 백제문화제의 핵심 인프라(달빛 정원)”라고 말했다.

지난해 공주시내에서 열린 백제문화제 장면. 금강변에 설치한 경관조명이 화려하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공주시내에서 열린 백제문화제 장면. 금강변에 설치한 경관조명이 화려하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공주에서 열린 백제문화제에는 관광객 177만명이 찾았다. 관광객이 공주지역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을 이용해서 발생한 경제 효과 등으로 800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관광객 대부분은 황포돛배와 강물을 배경으로 한 야경을 즐기러 찾은 사람들이라는 게 공주시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백제문화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하지만 올해 이 같은 백제문화제의 핵심 인프라는 구경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공산성 주변을 중심으로 공주 시내 금강에는 물이 거의 없다. 공산성에서 하류 쪽으로 약 3㎞쯤 떨어진 공주보를 완전히 개방한 이후 물이 말랐다. 평소 유량이 많지 않은 데다 폭염과 가뭄도 이 일대 강물 부족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공산성 인근 금강 수심은 40〜50cm에 불과하다.
공주시 조관행 문화관광과장은 “백제문화제 인프라는 기본적으로 강에 물이 있는 것을 전제로 만드는 것”이라며 “물이 없는 백제문화제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백제문화제 때 펼쳐진 야간 경관. [사진 공주시]

지난해 백제문화제 때 펼쳐진 야간 경관. [사진 공주시]

공주시는 지난 3월부터 환경부를 찾아가 축제 기간만이라도 공주보를 닫아 물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10여 차례 환경부를 찾아가 물이 필요하다고 건의하고 호소도 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주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나섰다. 이 지역 25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는 지난 13일 환경부를 찾아 백제문화제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공주보를 한시적으로 닫아 달라고 요청했다.

금강에서 수상레저업을 하는 노상호(57)씨는 “정부가 공주보를 개방하면서 지역 주민과는 단 한마디 상의도 없는 불통행정 행태를 보였다”며 “시민의 생계와도 직결되는 강물을 이렇게 함부로 취급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주 시민사회단체는 “환경부가 주민 요구를 무시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상태에서 축제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면 공주보를 그대로 개방하고,  축제에 지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면 보를 닫을 것인지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를 닫는 것은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공주시는 지난 5월 열린 공주 석장리세계구석기축제때도 공주보를 닫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 축제도 강위에 부교 등을 띄우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행사였다. 하지만 정부는 공주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세종시 세종보 인근 금강. 세종보 개방으로 물이 바싹 말라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세종보 인근 금강. 세종보 개방으로 물이 바싹 말라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주시와 인접한 세종시도 세종보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종보 개방으로 세종시의 상징인 세종호수공원(32만2000㎡)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종호수공원에는 금강 물을 공급한다. 세종시는 세종보 개방으로 용수 확보가 어려워지자 지난 3월 보 상류 5㎞ 지점에 길이 50m의 자갈 보(둑)를 새로 만들었다. 이 자갈 보는 지난 7월 수해 때 유실되기도 했다.

세종보 위 5km 지점에 임시로 만든 돌보. 세종보 개방으로 물이 없자 세종시가 호수공원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보 위 5km 지점에 임시로 만든 돌보. 세종보 개방으로 물이 없자 세종시가 호수공원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민은 강물이 없어 요즘 더위를 더 느낀다고 한다. 한밭대 유병로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물은 복사열을 흡수해 열기를 식혀주고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며 “여름에는 강에서 500m 정도만 떨어져도 기온이 1도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강물로 인한 도시 경관은 아파트 등 부동산 시세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세종시 주민 이상숙씨는 “강물이 보이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아파트값은 적어도 수천만 원 차이가 난다”라고 말했다.

공주·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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