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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감정 외면한 해결방안 없다"|여권-연희동 「전씨 처리」 동상이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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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희동 문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민정당 등 여권은 일요일인 13일 밤 긴급당직자회의를 열고 14일 아침에도 삼청동 안가에서 고위 당정회의를 갖는 등 일련의 비상협의를 갖고 해결방안을 숙의.
일요일 밤 시내 P호텔에서 열린 긴급 당직자화의는 윤길중 대표위원 주재로 박준병 사무총장·이한동 정책의장·김윤환 총무 등 당 3역과 손주환 정세분석실장 등이 참석했는데 저녁식사를 겸해 약 4시간동안 마라톤으로 진행.
이날 회의에선 야당 측이 전씨에 대해 정치적 사면이란 막후 절충결과를 깨고 전씨에 대한 사법적 처리를 치고 나온 데 대한 대책을 포함, 14일 귀국하는 노 대통령에게 올려질 처방전의 최종 마무리작업에 논의가 집중됐다.
당직자들은 연희동 측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믿어진 「전씨의 독자적 폭로선언 가능성」 과 날로 증폭되고 있는 대 연희동 국민감정 등 주요변수들을 심도 있게 분석.
특히 전씨 측의 「정치자금 폭로」운운 발언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됐다는데 소식통들은 『연희동 측에서 언론에 애드벌룬을 띄운 것일 뿐 별반 가능성이 없는 얘기』로 일축하는 분위기였다는 것.
한 고위관계자는 14일 오전 『여차하면 모든 것을 털어놓아 노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가하겠다는 생각은 분명 전씨의 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피력.
또 다른 관계자는 『연희동에서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국민감정의 현주소를 외면한 미숙한 발상』이라고 톤을 높이면서 『설사 선거자금지원 등이 폭로된다해도 노 정권이 흔들릴 만큼 타격을 받겠느냐』는 배짱(?)을 보였다.
김윤환 총무는 이 문제에 대해 『전 전 대통령 본인의 뜻은 아닐 것』이라고 나름대로 진단한 뒤 『신문들의 상상력』이라고 책임 전가.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귀국하면 지금까지 연희동 및 3야당을 상대로 접촉해온 결과를 토대로 전씨 문제를 비롯해 현 국면을 일거에 뛰어넘을 수 있는 「제2의 6·29선언」을 검토 중』이라고 귀띔.
그는 『전씨의 해명·사과와 상관없이 적절한 시기에 발표될 것이며 해명·사과 이전이라면 해명·사과를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며 『야당 측엔 정치보복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소개.
주요관심사가 되고 있는 노-전 면담의 성사여부와 시기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엇갈린 견해.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견해를 보였으나 일부 당직자는 『국민들에게 「노-전 야합」이란 의혹 하나를 더 줄 수 있고 노 대통령의 입장이 곤란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표명.
13일 밤늦게 긴급 당직자회의를 마치고 귀가한 김윤환 총무는 『노·전 회담이 있겠느냐』 는 질문에 확답은 피하면서도 『직접 회담을 가질 경우 국민들이 「묵계」운운하며 오해할 대목이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어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음을 시사.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노-전 직접면담은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 일을 그르칠 수 있다』면서 『직접면담을 피하면서도 쌍방의 의사를 굴절 없이 소통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느냐』고 대리인에 의한 간접 대화방식을 주장.
그는 『전씨가 하고싶어 하는 말이 무엇인지 노 대통령은 알지 않겠느냐』면서 『사후보장 책 마련이 주 내용일텐데 그 부분은 노 대통령도 핵심사항으로 이해하고 있을 것이고 아울러 복안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
윤길중 대표위원은 14일 『일단 노 대통령이 귀국하면 의중을 물어봐야겠지만 내가 다시 연희동을 방문해 의사를 건하겠다』고 했는데 『두 분 회담은 그런 후 언제든 좋지 않겠느냐』고 해 굳이 노-전 회담의 선행을 주장하지 않는 듯.
그러나 최병렬 청와대 정무수석은 노-전 회담에 대해 『당초 해명 후 위로 겸 만나는 게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으나 전 전 대통령 쪽에서 만나자는 의사가 있는 만큼 노 대통령이 귀국하면 종합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며 『안 만날 이유는 없다』고 말해 면담자체엔 부정적이 아님을 시사.
한편 일요일 낮과 14일 아침 연희동 측에서도 대책회의가 열려 대책마련에 분주. 연희동 측은 전씨의 「독자적 해명」이란 애드벌룬에 대한 여권 및 국민들의 반응을 탐색해보고 노 대통령 귀국이후의 대응책을 숙의.
지난 주말부터 연희동 측 관계자들은 전 전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해명할 것이란 엄포성 발언을 공공연히 홀려봤는데 연희동 측근들은 『노 대통령과의 직접면담 등에서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 전 대통령으로서도 독자적인 해명·사과를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해 독자해명부분은 정치자금문제가 될 것으로 추측.
한 측근은 『개인적으로 축재한 것이 없다는 데도 이를 믿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이니 부득이 그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그 동안 모은 정치자금의 규모와 그에 대한 사용 처를 밝힐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 동안 연희동 측은 『정치자금 중 대부분은 11, 12, 13대 국회의원선거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쓰여졌으며 기타 민정당을 위해 사용됐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현 정권의 동반책임을 강조.
연희동의 이런 방침은 전씨가 지난주 여권고위당직자·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최후통첩형식으로 전달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대해 민정당 측은 「엄포용」으로 간주하면서 『대야무마 등 사후의 확실한 보장을 해 달라는 것일 것』이라고 해석. <문창극·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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