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소! … 리콜 요구에 버티던 디지털 큐브 네티즌 입소문 퍼지자 두손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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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네티즌의 힘이 PMP 제조업체의 리콜을 끌어냈다.

디지털큐브는 10일부터 석 달 동안 자사의 PMP 제품인 '아이스테이션 V43(사진)'에 대해 무상으로 업그레이드와 부품 교환을 해준다고 9일 밝혔다. 홈페이지(www.digital-cube.co.kr)에서 예약한 뒤 전국 21개 지정 서비스점을 방문하거나 택배를 이용하면 된다. 지금까지 10만여 대가 팔려 국내 PMP 시장의 60%를 점유했던 V43은 지난달 말 정보통신부 산하 전파연구소로부터 '전자파 발생량이 기준을 초과했다'는 판정을 받아 지난 3일부터 한 달간 생산 중지 및 수거 명령을 받았다.

이번 리콜 사태는 한 네티즌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V43을 사용하던 이모씨가 3월 말 이어폰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수신용 안테나에 닿을 때마다 방송이 끊기자 전자파 문제를 의심해 전파연구소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실험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내려지기에 앞서 디지털큐브 측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거나 '다른 전자기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지 인체에 유해한 것은 아니다'는 등 책임회피에 급급해 네티즌들의 지탄을 받았다. 결국 손국일 대표가 최근 ▶일간지에 리콜 공지를 내고 ▶이씨에게 법적 대응 등을 언급한 직원에 대한 인사 조치 등을 약속한 뒤에야 성토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너무 일방적으로 생산업체만 매도한 것이 아니냐"는 동정론이 나오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디지털큐브가 문제 해결에 최소한의 성의만 보였더라도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V43과 같은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SK C&C가 재빨리 "전자파 검사를 앞당겨 받고 문제가 있을 경우 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네티즌의 입소문이 제품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적지 않다. 대만의 내비게이션 업체 미오는 지난해 "맵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올 들어 전격적으로 지도를 바꿨으며, 일본의 니콘은 "신모델인 D200에서 밴딩노이즈(사진에 줄무늬가 생기는 현상)가 나타난다"는 글이 잇따르자 기판을 바꿔주고 AS 기간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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