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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수다] 초등논술방-어떤 사람이 전쟁을 일으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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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폴란드 최대 유대인 수용소 아우슈비츠. [중앙포토]

*** 유화진(경북 영천동부초)

독일의 히틀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대인을 대량 학살했다. 잔인한 히틀러를 도왔던 사람들 중에 아이히만이 있었다. 평범하고 성실한 인간인 그가 유대인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학살했다. 아이히만은 우리에게 꽤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평범한 사람(아이히만)' 아니면 '특이한 사람(히틀러)' 중 과연 어떤 인간이 전쟁을 저지르는가.

질 페로와 해나 아렌트는 전쟁은 '누구나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욕망'이라는 점점 커지는 감정이 있다.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성실한 부하였다. 그는 유대인 학살이 악한 일인지, 아닌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일이니까' 그냥 열심히 했다. 히틀러 역시 평범한 인간이다가, 세계를 지배하고 싶은 욕망이 점점 커져 '특이한 전쟁광'으로 변해갔던 게 아닐까. 그 '욕망'이라는 것이 커져 모든 사람의 욕망을 갖기 시작하면 바로 '악'이 된다. 태어날 때부터 특이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절대로 없다. 자신이 살아가면서 착한 길 혹은 악한 길을 개척할 뿐이다.

모든 동물이 그렇듯 사람들 역시 자신의 본능을 잊을 수 없다. '악'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돼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평범한 사람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 총평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 빛나
같은 내용 되풀이한 건 흠

‘보기글 어디에서 이러쿵저러쿵’ 했단 투로, 보기글을 그대로 옮기거나 부분부분 짜깁기하는 논술문을 많이 접한다.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는 잘못이다. 막상 시험에선 시간이 부족하다. 평소에 독해를 잘하는 훈련을 해둬야 한다.

①보기 글 <가>(질 페로)와 <나>(한나 아렌트)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②‘평범한 사람(아이히만) 대 특이한 사람(히틀러)’ 누가 전쟁을 저지르는가.

이 두 개의 쓸거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우선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기 글들을 잘 독해(이해)하는 게 첫 번째 관문이다. 학생들의 이해력은 ①보다는 ②에서 낙차가 컸다. ‘ⓐ 아니면 ⓑ’ 양자택일의 주장만 펼치려다, 이분법의 한계에 빠진 학생이 유독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진 학생은 열린 사고로 ‘제 3의 ⓒ입장(평범한 사람 누구나 악한 욕망에 지면 전쟁을 하는 특이한 인간)’을 내놓았다. 질 페로와 한나 아렌트 또한 전쟁은 ‘누구나’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화진 학생의 어법을 빌리자면, 우리 안에서 동전의 양면처럼 꽈리를 틀고 있는 폭력욕망이 커진 탓이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 안의 악한 욕망을 경계하자는 문제의식 아래 ‘평범한 사람도 내면의 반쪽얼굴인 악에게 지면 히틀러처럼 전쟁광이 될 수 있다’는 논지는 인문학적 통찰력이 빛난다.

①과 ②가 따로 놀지 않고, ‘인간내면에 대한 통찰’을 연결고리 삼아 ①과 ②를 같은 주제의식(악의 평범성)으로 긴밀하게 묶은 점도 글을 한편의 완성품으로 굽게 한 화력이었다.

분량이 300자 쯤 넘으면서 낱말이나 내용이 되풀이된 군더더기, 감정이 실린 ‘…자’ ‘…놈’ 등은 삭제했다.

노만수 학림논술 연구소 연구원

*** 다음 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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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제=장발장은 너무나 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칩니다. 보기 글 <다> 소크라테스가 보기 글 <나> 장발장 재판의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지를 쓰고, 만약 자신이 판사라면 '정상 참작 대 엄벌' 중 어떤 판결을 내려야 옳은지에 대해 논술하세요. (600자±100)

※보기 글은 '우리들의 수다'의 '초등 주제글 보기'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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