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장기 기증' 문신한 소방관이 아내에게 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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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 박진솔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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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장기 기증' 희망 문구를 새긴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소방관이 문신을 새긴 이유를 설명했다. 10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세종소방서 소속 임경훈 소방교가 출연했다.

임 소방교는 이미 장기기증 서약을 했지만 출동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경우를 대비해 문신을 새겼다. 

그는 "원래는 소방 마크를 왼쪽 어깨에 새길 생각이었는데, 단순히 저 혼자 보고 좋은 것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문신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장기기증자가 없어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정신 없는 상황에서 절차도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제 심장 부근에 문신을 새겼다. 24시간 안에 기증 절차가 이뤄져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5일 오전 11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보온재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5일 오전 11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보온재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임 소방교의 '장기 기증' 문신은 지난달 세종시에서 일하는 타투이스트 박민솔씨가 세상에 알렸다. 박씨는 "현직 소방관이신 손님"이라며 임 소방교의 왼쪽 가슴 상단 사진을 공개했다. 심전도 그래프 모양, 'KOREA FIRE FIGHTER', '나는 장기/조직 기증을 희망합니다'라는 문구가 그의 가슴에 새겨졌다. 이 사진은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기 기증 희망자도 늘어났다.

그는 장기기증을 결심하는 분들이 늘었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아내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내는 뭐라고 하던가"라는 질문에 그는 “오른쪽 팔에 결혼기념일을 새겨서 '퉁쳤다'”고 답했다.  인터뷰 끝에 '소방관을 대표해 한말씀 하시라'는 진행자의 제안에 "아내에게 한마디 하겠다"며 "여보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라오. 그것은 오로지"라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박진솔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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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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