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도 QR코드 쓴다는 중국처럼 ‘서울페이’로 모바일 결제 확산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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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호 15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QR코드 방식의 ‘서울페이’ 도입을 추진하면서 모바일 결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거지도 QR코드로 구걸한다’는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첨단 핀테크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상황이다. 과연 QR코드를 통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우리나라의 금융 환경을 변화시킬 변수가 될 수 있을까.

QR코드 방식 ‘서울페이’ 12월 도입 #월 최고 400억 누가 부담할지 미정 #재주는 은행이 넘고 서울시가 생색 #소비자들 얼마나 호응할지도 숙제

서울시가 도입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서울페이(제로페이)’는 공공페이를 표방한다. 시장에 나와있는 각 ‘민간 페이’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현재 모바일 결제 시장에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이 진출해 있다. 스마트폰 속에 있는 삼성페이와 LG페이도 모바일 페이의 일종이다. 모바일 결제는 QR코드 방식(카카오페이)에서부터 마그네틱보안전송방식(삼성페이, LG페이 등), 바코드·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페이코) 등 다양한 방법을 쓴다.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면제 추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서울페이는 카카오페이와 같은 방법을 택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판매자 QR코드만 인식하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이체된다. 판매자가 매장 결제단말기(POS기)에 있는 QR리더기로 구매자의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QR코드를 읽은 뒤 결제해도 된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면제해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가 모바일 결제에 뛰어든 것은 박 시장의 공약이기 때문이다. 민간업체와 공동 QR코드를 개발하고 플랫폼 사업자와 은행을 연계하는 ‘허브 시스템’을 구축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65만 소상공인의 가맹점 등록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간편결제 참여 기관에 제공, 수수료가 ‘제로’가 되도록 정산을 돕겠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금까지는 가맹점별로 이용할 수 있는 결제 플랫폼이 제각각이고 플랫폼별로 각기 다른 QR을 비치해야 해서 이용이 불편했지만 하나로 통일하면 편의성이 높아져 사용자가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페이에는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 11곳과 카카오페이 등 민간 결제 플랫폼 사업자가 참여한다. 결제 플랫폼 사업자는 소상공인에 대해 오프라인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고, 은행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받는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어떤 시스템을 쓰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결제 과정에서 건당 30~4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비용 부담을  민간에 떠 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이용건수는 지난해 기준 월 10억건이다. 이중 10%만 서울페이가 가져온다고 해도 월 1억 건이 된다. 매달 30억~400억원 정도의 비용을 분담해야 된다는 계산이다. 김형래 서울페이 추진반장은 “서비스 시작 전이라 민간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페이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누가 망을 구축하고 비용 부담은 어떻게 하고 운영은 누가 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카드 대신 알리페이 구축

소비자가 영세사업자를 위한 ‘착한 페이’에 얼마나 호응할 지도 숙제다. 서울시는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체크카드보다 높은 40%로 적용하는 것 외에 각종 공공 문화·체육시설 할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다양한 할인 혜택과 포인트를 무기로 한 신용카드와 경쟁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의에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과도한 인센티브를 줄 경우 형평성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바일 페이가 핀테크를 선도할 차세대 핵심기술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해 말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QR코드로 아침식사 비용을 지불했다. 청와대는 ‘중국의 핀테크 산업 체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를 비롯한 중국 모바일 결제 규모는 지난해 15조4000억 달러로 미국의 150배에 달한다. 그렇다고 미국보다 중국이 금융 강국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 확산이 빨랐던 것은 대단한 기술이라서라기보다는 신용카드 서비스 망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 인프라가 미흡한 케냐에서 이동통신사에 돈을 넣어두고 문자메시지(SMS)로 결제하는 엠페사가 급속히 확산된 것과 비슷한 경우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간편결제 시장에 관이 나서는 것은 핀테크 산업 발전에 매우 부정적”이라며 “서울페이가 성공할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알리페이도 개인 데이터 보호와 프라이버시 침해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어 단지 플랫폼이 크다고 우리가 따라가야 할 핀테크의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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