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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악순환 … 뜨거워진 바다가 한반도 기온 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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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폭염의 영향으로 여름철 바다 수온이 올라가고, 상승한 수온이 다시 기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 해역 평균수온 매년 0.34도 올라 #25도 등수온선, 함경남도까지 북상 #“폭염 더 심해질 것” 기상청 경고

기상청은 전국 동·서·남해에 설치한 17개 해양 기상 부이에서 관측된 바닷물 표층 수온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여름철 바다 수온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들면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한반도 전 해역의 7월 평균 수온은 2010년 이후 해마다 0.34도씩 상승했다. 수온을 최초로 관측한 1997년 이후 7월 평균 수온이 0.14도씩 상승한 것보다 2.4배가량 높은 수치다. 2010년에는 21.4도였지만, 올해 24.3도까지 치솟으면서 8년 만에 2.9도나 상승했다.

특히, 수심이 비교적 얕은 서해는 7월 월평균 수온이 1997년 이후 연 0.17도씩 오르다가 2010년부터 0.54도씩 상승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남해와 동해의 7월 월평균 수온은 2010년부터 각각 연 0.3도와 0.21도씩 상승했다.

이와 함께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극궤도 위성이 관측한 2016~2018년의 7월 평균 수온 분석 결과에서도 한반도 주변 해역의 고수온 영역이 지속해서 북쪽으로 확장하고 있다. 2016년에는 7월의 평균 25도 등수온선(바다 표층 수온이 같은 곳을 이은 가상의 선)이 태안과 울산 인근 해역에서 나타났으나, 지난해에는 백령도와 속초, 올해는 평안북도와 함경남도 인근 해역까지 북상했다.

최근 수온이 급격하게 상승한 가장 큰 이유는 장기간 지속한 폭염으로 대기 온도가 상승하고 일사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몇 년간 직접적인 태풍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깊은 곳의 찬 바닷물과 표층의 따뜻한 바닷물이 뒤섞여 표층 수온을 낮춰주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호만 기상청 해양기상과 사무관은 “표층의 뜨거운 바닷물과 아래층의 차가운 물이 순환하면서 대기로 보내는 열을 줄여야 하는데, 기온 차가 크다 보니 두 층이 섞이지 못하고 다시 대기로 열을 방출하고 있다”며 “밤에 바다에서 방출된 열이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주면서 열대야 발생 원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폭염도 매년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바다의 어종 변화와 어획량 감소, 양식장 집단 폐사 등의 피해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폭염과 고수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122만 마리에 이르는 어패류가 폐사했고, 52곳의 양식 어가가 피해를 봤다.

이 사무관은 “고수온 상태에서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하면 세력이 약해지지 않고 바다의 열에너지를 공급받아 더 강력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라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파도와 해일도 거세지면서 해안 침식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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