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이후 모금은 강제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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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 5공 특위의 일해재단에 대한 청문회가 9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증언을 끝으로 3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정 회장은 이날 증언을 통해 『아웅산 사건 후 유가족을 돕기 위해 처음 23억원을 모금하고 2차 년도에 1백억원을 모으기까지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이후부터 기금 납부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매우 힘들어했다』고 말해 85년 이후부터의 모금에 강제성이 개재됐음을 시사했다.
정씨는 또 『당초 재단설립취지가 아웅산 사건 유가족의 지원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으나 중간에 이와 관련된 조항이 이사진도 모르게 삭제돼 재단목적이 변질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기금모금계획은 l년간 1백억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며 나중 3년간에 걸쳐 3백억원을 모금한다고 했으나 이에 대한 토론이나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자신이 기부한 45억원에 대해 『84년의 15억원은 그 취지에 찬성해 냈으나 나머지 30억원은 힘들었으며 편안하게 살려고 냈다』고 말했다.
정씨는 재단부지 l5만 평을 기부한 것도 당초 1만∼2만평을 주려고 했던 것인데 모두 사용했다고 말하고 대금 6억5천만원도 받은 적이 없으며 영수증만 받았다고 말해 자의에 의한 헌납이 아님을 밝혔다. <관계기사 3, 4, 5, 13면>
정씨는 재단기금 모금경위와 관련, 『아웅산 사건 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경제 4단체장을 불러 「유족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할 테니 경제계에서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해 처음부터 전씨의 요청에 의한 것임을 밝혔다.
정씨는 그러나 『그 후 재단설립에 필요한 기금마련을 위해 1백억 원을 목표로 정수창 대한 상공회의소 회장 등과 함께 각 기업별 능력에 따라 기금액수를 할당했다』고 처음 1백억원 모금에는 주도적이었음을 인정했다.
정씨는 현재의 세종연구소 이사진이 전 전 대통령 측근인사로 구성돼 있어 이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증언한 이준용 대림산업 부회장과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은 자신들이 익명으로 각각 10억원씩 낸 20억원은 일해재단에 낸 것이 아니라 유가족 지원·사회체육발전 등의 명목으로 준 것이라고 말해 기부금 유용 및 증여세 탈루 문제가 생기게됐다.
장치혁 고려합섬 회장은 『내키지 않지만 냈다』고 해 모금에 강제성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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