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미적대던 BMW, 美.英선 이미 130만대 리콜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6년 10월 타르 자이드가 캐나다를 방문했다가 주차장에 세워둔 BMW 328 차량에서 불이 나고 있다. [유튜브 캡처]

2016년 10월 타르 자이드가 캐나다를 방문했다가 주차장에 세워둔 BMW 328 차량에서 불이 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국내에서 잇따른 차량 화재 사고에 늑장 대응한 데다 사고 원인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 BMW가 미국과 영국에서 이미 130만대 이상의 차량을 화재 위험 때문에 리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화재와 관련해 리콜한 규모는 도로에서 운행 중인 전체 BMW 차량 다섯대 중 한 대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했다.

초기엔 화재 발생에도 "부품 결함 못찾아" 버티기도 #작년말 전선 결함, 히터 과열 인정하고 결국 리콜 결정 #국내선 주차차량도 불, 해외 사례 참고해 조사해야

 BMW는 미국에서 차량 화재가 잇따른다는 보도가 나오자 “품질이나 부품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다 뒤늦게 리콜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에서 화재 관련 대규모 리콜을 진행하면서 한국에서는 해당 리콜을 시행하지 않은 이유도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BMW는 미국에서 지난해 11월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100만대가 넘는 차량에 대해 리콜을 단행했다. 리콜은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고객 불안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고객 불안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첫 번째 리콜은 2006~2011년 생산된 BMW 3시리즈 모델로, 온도조절 송풍기와 배터리를 연결하는 전선 결함과 관련이 있었다고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보도했다. 두 번째 리콜은 6기통 엔진이 장착된 2007~2011년산 BMW 모델의 크랭크케이스 환기 밸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BMW 측은 “환기 밸브가 추위에 얼지 않도록 히터가 설치돼 있는데, 제조 과정의 이상으로 부식이 발생해 매우 드물게 히터가 과열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밸브가 녹을 경우 차량을 주행하지 않을 때도 화재 위험이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두 건의 리콜은 각각 70만대 가량이 대상이었다. 겹치는 경우가 있어 총 100만대 가량이라고 마이클 렙스톡 BMW 대변인이 AFP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리콜 대상 차량은 미국 스파르탄버그, 독일, 남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생산됐다.

 해당 리콜에 앞서 ABC 뉴스는 이전 5년간 주차된 BMW 차량에서 40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화재 피해 차량의 모델은 다양했다. 이 보도에 대해 BMW 측은 “품질이나 부품 고장과 관련된 경향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미국 도로에 있는 490만 대의 BMW 차량 중 화재가 발생한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는 입장도 밝혔다.

 2016년 10월 타르 자이드는 캐나다를 방문했다가 주차장에 BMW 328 모델을 세워뒀는데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메릴랜드에 사는 빌 맥코의 부인은 BMW X5 SUV 차량을 단거리 운행한 후 차고에 주차했다가 불이 나는 바람에 집이 타버리는 피해를 입었다.

엔진을 끄고 몇분 후 BMW X5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유튜브 캡처]

엔진을 끄고 몇분 후 BMW X5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유튜브 캡처]

 BMW는 지난 5월 영국에서도 화재 위험과 관련해 같은 내용의 리콜을 했다. 미국산 차량과 같은 전선을 사용한 차량이 대상이었다. 미국에서와 달리 영국에서 상당히 판매된 디젤 차량까지 포함해 2004~2011년산 3시리즈 29만4000대 규모였다.

 BMW는 당초 더운 날씨가 전선 결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영국 등 유럽에서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덥지 않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하지만 영국 차량 6대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자 조치에 나섰다.

 BMW는 2016년부터 미국과 호주 등에서 갑작스러운 전원 중단 문제 때문에 50만대를 리콜했다. 영국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해 4월 3만6000대를 리콜했다. 그러다 BBC가 해당 결함을 가진 차량이 훨씬 많을 수 있다는 탐사보도를 내보내자 20만여 대로 확대했다.

 BMW 측은 당시 “이미 진행 중인 리콜 기간을 활용해 전선까지 점검하고 교체하는 리콜을 추가한다"며 “안전 관련 예방에 나섬으로써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9일 오전 7시 50분쯤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BMW 730Ld에 불이 났다. [연합뉴스]

9일 오전 7시 50분쯤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BMW 730Ld에 불이 났다. [연합뉴스]

 하지만 두 나라에서의 대규모 리콜은 언론을 통해 문제점이 부각된 이후 취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BMW는 한국에서도 주행 중인 차량의 화재가 잇따르는데도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다 비난이 쏟아지자 배기가스 재순환(EGR) 부품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며 리콜에 착수했다.

 국내에선 주행 중인 차량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대다수였던 것과 달리 지난달 20일 성남에서는 BMW 520d 차량이 도로변에 주차된 상태에서 불이 났다. 국토교통부가 BMW의 해외 리콜 사례까지 검토해 가능한 모든 화재 원인과 부실 대응 여부를 조사해야 하는 이유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