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의 정치 다시없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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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당시 국회의원 이택희씨를 소환키로 함으로써 배후 수사를 본격화했다.
「용팔이 사건」으로 더 널리 알려진 이 정치테러가 이씨에 의해 지휘됐다는 혐의가 짙어진 것 같다. 이씨는 민주당의 모체이자 당시 제1야당이었던 신한민주당(총재 이민우) 소속 국회의원으로 대규모의 조직폭력단과 거액의 자금을 써가며 민주당의 분당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있다.
용팔이 사건은 50년대의 정치테러를 연상케 하는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사건의 배후가 대체로 알려져 있었음에도 수사가 늦어진 것은 5공 비리와 관련된 정치성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민주화의 고비에서 반민주세력과 결탁된 야권의 반란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것은 공작·폭력·매수·배신 등 우리 정치의 각종 배리가 뒤얽힌 추악한 사건이었다.
새 공화정을 맞은 지금 구시대를 청산한다는 차원에서 그 배후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그것은 민주화시대의 참신한 정치풍토를 정립한다는 입장에서 한 점 의문의 여지없이 척결돼야 한다.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이택희씨 이상의 배후와 자금출처다. 따라서 이 두개의 근원을 파헤치는데 수사력이 집중돼야 한다.
이택희씨가 최고의 배후 인물일 가능성은 적다. 수주일에 걸쳐 대규모 조직과 많은 자금이 동원되어 별다른 제약 없이 테러가 자행된 당시의 상황이나 지지부진했던 그 후의 수사진전으로 볼 때 권력과의 유착 없이는 불가능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배후 조직과 자금출처는 같은 근원일 가능성이 많다. 그런 점에서 당시 정치공작을 맡았던 특수기관의 책임자가 이 사건의 배후일 것이라는 추측은 상당한 근거를 가질만하다.
민주당 창당 테러는 표출된 사건이다. 관련자 대부분의 신병도 확보된 상태다. 수사당국이 성의만 있다면 언제든지 그 진상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다.
새 시대엔 폭력과 비리가 판치는 정치가 있어서는 안된다. 용팔이 사건은 이 땅의 마지막 정치테러로 끝나야 한다. 이번 수사는 그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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