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궁궐가구 납시오 … 영화·드라마 바람타고 오리엔탈 디자인 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다음달 결혼을 앞둔 회사원 김미정(30.여)씨는 얼마 전 혼수품으로 화려한 나비 문양이 새겨진 수납장을 하나 계약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 다소 비싼 데다 예비 신랑한테 "촌스럽다"는 핀잔까지 들었지만 김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신혼살림에 뭔가 동양적인 냄새를 풍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서였다. 그는 "집안 전체를 동양풍으로 꾸미진 못할망정 가구 하나 정도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을 비치하는 게 요즘 유행"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시장에 '오리엔탈' 바람이 거세다. 가구 업체마다 동양적 문양을 넣거나 전통 소재에서 디자인을 따온 제품을 올해 주력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메이커가 부추기는 '복고 마케팅'이 아니라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히트 영화 '왕의 남자'나 '음란서생', 드라마 '궁'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세련된 궁중 인테리어를 접하면서 고급 오리엔탈 양식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가구·가전 시장에서 오리엔탈 바람이 유행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오리엔탈골드’, 드라마‘궁’에 나온 오리엔탈풍 침실, 아시안데코의‘나비장’, 한샘의‘키친바흐’부엌가구세트, 동양미를 강조한 거실 모습.


3월 열린 인테리어 전시회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도 오리엔탈풍이 대세였다. 한샘.까사미아 등 대형 가구업체들은 한복 디자인과 사군자 문양을 차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나비장'으로 유명한 아시안데코, 자개를 주요 소재로 한 권스샵의 '오렌(OREN)'등 오리엔탈풍 전문 브랜드도 나왔다.

가구 소품 시장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옥션의 경우'오리엔탈'이라는 키워드로 등록된 쿠션.스탠드 등 제품이 300가지를 넘어섰다. 1년 전만 해도 50여 가지에 불과했다.

가전 시장 역시 오리엔탈 바람을 탔다. LG전자가 올해 출시한 '휘센' 에어컨 신제품에는 삼족오 무늬를 새기고 바탕을 황금색으로 칠했다. 제품명도'오리엔탈 골드'였다. 웅진쿠첸도 올해 내놓은 황동IH압력밥솥 제품의 패널(버튼과 액정표시장치 등이 달린 부분)에 나비.꽃 등의 동양적 무늬를 넣었다.

업계에선 이번 '오리엔탈' 바람이 예전의 유행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일본.중국 풍이 주류였다면 올해는 한국적 소재를 근원으로 했다는 것이다. 제품에 등장하는 문양을 보면 ▶성덕대왕 신종 그림 ▶한복 디자인 ▶고구려 벽화 같은 우리 전통 소재가 많다.

한샘의 이동진 수석디자이너는 "소비자들 사이에 '한국적 디자인이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업체마다 프리미엄 제품에 오리엔탈 문양을 앞다퉈 넣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