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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질환 걸린 아이, 자폐증·ADHD 살펴봐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4)

청소년기의 정신장애는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중앙포토]

청소년기의 정신장애는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중앙포토]

청소년기의 정신장애는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2005년에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와 서울시가 초중고교 19개교를 무작위로 선정해 2672명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한 결과 958명(35.9%)이 정신장애를 겪고 있으며 13.2%는 2가지 이상의 정신장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정신장애는 높은 장소·천둥·어두움·주사·벌레·개 등 특정 대상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특정 공포증(15.57%)이었으며, 이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지나치게 부주의하고 학업에 몰두하지 못하는 장애,13.25%), 적대적 반항 장애(어른에게 사사건건 반항하는 장애, 11.34%), 틱장애(끊임없이 눈을 깜빡거리거나 이상한 소리를 계속 내는 장애, 3.89%) 등의 순이었다.

2015년 3월 서울에서 6~12세 1645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정신장애 자료에 의하면, 정신장애 분류(DSM-IV)에 해당하는 비율이 16.2%, 부분적으로 해당에 되는 비율이 28.1%에 달했다. 가장 흔한 정신장애는 특정 공포증 9.6%, ADHD 5.9%, 적대적방항장애가 4.9%에 달했다.

ADHD는 단순히 학습능력의 저하가 아닌 행동의 문제로 이어진다는데 위험성이 있다. 사진은 ADHD 아동의 뇌 모습. [중앙포토]

ADHD는 단순히 학습능력의 저하가 아닌 행동의 문제로 이어진다는데 위험성이 있다. 사진은 ADHD 아동의 뇌 모습. [중앙포토]

ADHD는 아동기에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며 주의력 산만 및 과잉행동, 충동성의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ADHD는 단순히 학습능력의 저하가 아닌 행동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데 위험성이 있다. 청소년 정신장애는 그 시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

소아 1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자폐증은 3세 이전부터 언어 표현·이해, 어머니와의 애착 행동, 사람들과의 놀이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지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3세 이후에는 또래에 대한 현저한 관심 부족, 상동증(반복행동), 놀이 행동의 심한 위축, 인지 발달의 저하 등이 동반돼 전반적 발달 장애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자폐증 아이에 나타나는 질환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지적 장애는 흔하다. 현재는 전체 뇌 크기와 측두엽 이상과 연관된 신경해부학적 원인론과 신경전달 물질과 연관된 생화학적 원인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언어와 의사소통에 장애를 보인다. 또한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상동증과 함께 정서의 불안정성을 보이기도 한다.

부모의 지나친 관심, 청소년의 정신장애 촉진

핵가족화 현상이 증가하며 청소년의 혼자있는 시간이 늘어나 정서적 불안정감을 경험한다. [중앙포토]

핵가족화 현상이 증가하며 청소년의 혼자있는 시간이 늘어나 정서적 불안정감을 경험한다. [중앙포토]

산업화와 도시화와 출산 자녀 수의 감소는 가족의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청소년의 정신장애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통 대가족 문화에서 배울 수 있는 폭넓은 인간관계의 형성이 어렵게 되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추세다.

청소년은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되면서, 소외감·심리적 무력감 등 정서적 불안정감을 경험하게 된다. 핵가족화 현상 속에 현대의 부모는 지나친 관심과 보호로 자녀의 의사와 심리·정서적 문제를 무시한 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도록 강력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입시 위주의 교육형태가 이런 현상을 더욱 강력하게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소년은 심리적으로 강한 압박감과 부적응 현상을 겪으며 타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 심약성, 의사결정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정신적 압박이 심해지면 여러 형태의 탈선과 비행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이 외에도 실생활과 차이가 있는 교육, 교사와 학생과의 피상적인 만남, 학생의 욕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여건, 평등 교육의 문제, 그리고 처벌주의식 교육 등의 학교 환경이 청소년을 점점 더 비인간적으로 만들고 무가치하게 느끼게 한다.

청소년은 인생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기도 전에 사회의 극심한 경쟁의 논리에 내몰리며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로 오로지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소년 정신장애는 더욱 촉진되거나 조기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화가 많이 진행된 국가에서 ADHD 발생률이 높게 보고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중앙포토]

산업화가 많이 진행된 국가에서 ADHD 발생률이 높게 보고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중앙포토]

특히 정신장애의 발병 연령이 어릴수록 나중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산업화가 많이 진행된 국가에서 ADHD 발생률이 높게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선 2003년도 4세-17세 사이 440만명이 ADHD로 진단되고 그중 250만명이 약물치료를 받는 실정이다 (CDC 어린이 건강에 대한 국가 조사보고서)

국내에서도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의 유병률은 학령기 소아에서 3∼10%로 나타난다.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유병률에 관한 정확한 자료는 아직 나온 것이 없다. 90%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병된다고 하지만, 환경요인으로 인한 ADHD 발병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태아의 탯줄 혈액에서 250여개의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수은, 살충제 대사물질, 납, 색소 및 방부제로 사용되는 안식향산 등 식품첨가물질의 독성영향에 주목하게 된다. 혈청 내 DDE( Dichlorodiphenyl Dichloroethylene) 농도는 정신행동 발달 수준과 긴밀한 연관성을 보인다.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자폐증, ADHD는 음식의 농약 섭취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77명의 ADHD 어린이에게 인공색소와 안식향산 보존제를 제거한 음식을 제공한 결과 과민행동 등이 감소한 결과를 얻었다. 신경발달에 필요한 영양소가 오메가3와 같은 필수 지방산이 ADHD 어린이의 혈액 중에는 낮게 측정됐다. 학습과 행동 장애를 가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오메가3는 학습과 행동 장애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ADHD 환자에게선 알레르기 비염, 식품 알레르기 등 면역성 질환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이 어린이 신경 행동 장애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가족끼리 유대 약화, 아이의 신경 행동 장애 초래

유전적 요인 외 환경적 요인이 청소년 신경행동장애 발병에 관여할 수 있다. [중앙포토]

유전적 요인 외 환경적 요인이 청소년 신경행동장애 발병에 관여할 수 있다. [중앙포토]

산업화과정에서 우리 청소년에게서 특정 공포증, ADHD, 자폐증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이들 신경 행동 장애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많지 않다. 유전적 요인 외 환경적 요인이 이들 질환의 발병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연구결과다.

식생활에서 유해 화학물질에의 노출, 알레르겐 반복 노출로 인한 면역성 질환이 청소년 신경 행동 장애의 발병 원인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 유해 화학물질과 알레르겐 노출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가족끼리 유대관계의 약화가 이들 신경 촉발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한 연구에선 가족식사가 잦고 식사 분위기가 좋을수록 소아의 우울 성향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녀와 집밥으로 함께 식사를 자주 하는 한편 알레르기 질환, 신경 행동 장애가 나타나지 않는지를 살펴 조기에 주치의 등 전문가와 대책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모르고 무심하게 넘어가면 일은 더욱 커지지만,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우고자 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keepe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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