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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조기유학 보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영어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영어마을, 조기유학, 기러기 아빠 등 영어와 관련된 새로운 이름도 다양하다. 한국 특유의 교육열에 힘입어 유학시장은 매년 뚜렷한 성장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초등학생을 포함한 조기유학부터 대학.대학원의 어학연수에 이르기까지 범위도 넓다. 전문가들은 유학시장 규모가 연간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조기유학은 말 그대로 '열풍'이다. 초중고교생의 조기유학이 해마다 늘면서 자녀를 외국에 유학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조기유학은 일찍부터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언어와 문화적 충격을 극복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과연 조기유학은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것일까? 중앙일보 프리미엄에서는 이와 관련해 찬반 양 입장의 관련자들에게서 조기유학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참석자>

정랑호(이지외국어학원 원장)

장학민(소비자보호원 거래개선연구팀장)

박민아(동구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이세진(가명, 학부모)

- 사회 : 조기유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서울 강남의 일부 사람들에 국한된 관심사였으나 요즘은 지방에서까지 조기유학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정랑호(이하 정) : 최근의 조기유학 경향은 과거 문제가 됐던 일부 부유층 자녀의 '도피성 유학'과 달리 성적이나 생활면에서 별 문제가 없는 우수 학생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영어권 국가를 경험하면 그 효과는 평생 갈 수 있죠. 유학의 첫째 목적은 영어에 익숙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학을 가본 아이들은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 이세진(이하 이) : 저도 일부러 유학을 보낸 건 아니지만 남편이 해외 근무를 하게 돼 아이가 어렸을 때 해외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가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경험은 아이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 영어 성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영어에 노출되는 기회를 갖는 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둘째 애가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다니는데, 어렸을 때의 외국 생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 박민아(이하 박) : 저는 조기유학에 반대입니다. 영어 하나만 볼 땐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애만 혼자 보낼 경우 부모의 견제, 감시가 결여되고 엄마가 따라간다면 기러기 아빠 등 가족 해체가 일어납니다. 과연 아이에게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고 할 수 있을까요?

- 장학민(이하 장) : 동감입니다. 제 개인적 입장에서는 영어를 못해도 아이들이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도 민사고에 다니는데, 유학 안다녀오고 특별한 과외 안시켜도 알아서 잘 합니다. 교육을 단순히 출세의 도구로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교육은 먼저 '인간의 삶'이라는 본질이 살아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체성도 확립되기 전에외국에 나가 다른 문화부터 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정 :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아이의 자립심을 길러주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영어 능력 하나만을 위해 가는 게 유학이 아니고 더 넓은 세상을 접하고 깊고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보내는 게 유학입니다. 외국 학교의 경우 캠프나 여행 프로그램 등이 많고, 자원봉사 활동 등도 활발합니다. 더불어 사는 방법도 배울 수 있죠.

- 박 : 그러나 가정교육, 예절교육이라는 부분에선 문제가 많습니다. 한국보다는 노는 문화가 발달했고 유해환경에 노출될 가능성도 큽니다. 유학 갔다 돌아왔을 때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문화가 다르고 교육 환경이 차이나니까 아이들이 방황할 우려도 있습니다.

- 이 : 전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유학을 보내는 것이 아이 인생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뛰어나고 교사 수준이나 사회 환경 등도 낫기 때문에 아이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문제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하기 나름입니다. 한국에서 교육받는다고 문제아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죠.유학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서의 노력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 장 : 유학을 보내더라도 고등학교 이상일 때 보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스스로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때,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 할 수 있을 때 보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 정 : 전 가능하면 어릴 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가 가장 적당합니다. 제가 10여년간 학원 아이들을 보내보니까 중학생 정도만 되도 그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고 한국애들끼리만 몰려 다닙니다. 언어에 가장 민감한 시기가 그 때입니다.가장 수용이 빠른 시기죠.

사회 : 다양한 의견 감사합니다. 조기유학에는 마씀하신 대로 장단점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부모의 입장과 역할인 것 같습니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면서 보내는 유학은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부모가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보내니까 나도 보낸다는 식이면 곤란하겠죠. 부모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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