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주범’이산화탄소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지금보다 화석연료를 덜 쓰면서 줄여보자는 게 전 세계의 주된 움직이지만,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또 다른 연료로 바꿔 재순환시키자는 적극적 방식의 아이디어도 연구되고 있다. 과거 동식물의 사체가 땅속에 묻혀 퇴적층이 되면서 석탄ㆍ석유 등 탄화수소계 자원으로 바뀐 그 원리를 인공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 고갈의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6일 인수일 에너지 공학전공 교수 연구팀이 이산화탄소를 메탄이나 에탄처럼 활용 가능한 에너지로 선택해 전환할 수 있는 광촉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수일 교수 연구팀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환원된 이산화티타늄에 그래핀을 씌워 이산화탄소(CO2)를 메탄(CH4)이나 에탄(C2H6)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고효율 광촉매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광촉매는 기체상태에서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메탄과 에탄으로 전환할 수 있다. 메탄 및 에탄 생성량이 각각 그램당 259umol, 77umol을 나타내며 기존의 환원된 이산화티타늄광촉매보다 5.2%, 2.7% 높아진 전환율을 나타냈다. 에탄 생성량의 경우 비슷한 실험 조건에서 세계 최고 효율을 나타낸 결과다.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 물질은 태양광을 이용해 선택적으로 더 높은 차수의 탄화수소계 물질을 생성함으로써 향후 고부가가치 물질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고, 지구온난화 문제 및 에너지자원 고갈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그래핀을 씌운 환원된 이산화티타늄 광촉매는 이산화탄소를 메탄이나 에탄과 같은 활용 가능한 화학 물질로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전환율을 높이는 후속 연구를 진행해 이산화탄소 저감 및 자원화 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에너지 & 인바이러멘탈 사이언스(Energy & Environmental Science)’7월1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한편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전 세계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 월 평균치가 2015년 400ppm을 넘어서 계속 상승 중이다. NOAA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래 120ppm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1980년대 이후 증가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