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 드러날까...김경수 특검 소환에 긴장하는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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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보다 더한 조사도 당당히 받겠다고 수차례 말씀드렸습니다."

경찰 부실수사 논란으로 곤혹 #특검 '혐의 입증 증거 충분' #성과 낼 경우 경찰 책임론 나올듯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 6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출석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표정은 당당했다. 실제로 김 지사는 두달 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서울경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때다. 그는 "필요하다면 특검이 아니라 그보다 더 한 조사에도 당당히 임하겠다"면서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과 특검의 소환은 언뜻 비슷한 장면인듯 하지만 차이가 있다. 경찰은 당시 현직 의원이던 김 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지만, 특검은 공모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다.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지사가 장미꽃을 던지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지사가 장미꽃을 던지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경찰과 특검의 김 지사 소환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경찰 내부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내내 부실수사 논란에 시달렸던 경찰로선 특검이 새로운 증거를 확보했거나 성과를 낼 경우 난처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검이 김 지사의 공모 혐의를 명확히 한 후 피의자로 부른 데 대해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으로부터 '여당에 대한 봐주기 수사 아니냐'고 집중포화를 당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민 청장은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드루킹 수사) 부분은 특검에서 확인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경찰은 김 지사 소환 조사에거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찰은 드루킹 체포 44일 후 김 지사를 불러 댓글조작을 지시했는지, 드루킹측의 오사카 총영사직 청탁을 받은 적이 있는지만 캐물었다. 정작 김 지사의 소환 이후 김 지사와 드루킹의 연결고리가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 비서관이라는 점, 경공모 회원들이 2800만원을 김 지사에게 십시일반 후원했다는 점 등이 드러났지만 재소환은 하지 않았다.

반면 경찰 수사를 이어받은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의 댓글조작에 공모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칼을 빼들었다. 김 지사는 이날 특검에 출석하면서도 "킹크랩 시연회를 본적 있는냐" "오사카 총영사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정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특검은 김 지사를 조사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특검이 드루킹의 측근인 도모, 윤모 변호사를 입건하고, 경공모 인사들로부터 증거를 입수할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의 기초수사가 충분했기에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를 토대로 디벨롭한 부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드루킹이 오히려 특검 도입을 원했기에 수사가 제대로 되기 어려웠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드루킹측이 특검에 얼마나 협조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드루킹은 경찰 조사 단계부터 ‘특검에 가서 말하겠다’는 식으로 구치소 접견조사도 거부하는 등 조사에 줄곧 비협조적이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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