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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자부심' 괴산, '항암효과' 옥수수까지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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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개발된 황금맛찰옥수수(왼쪽)와 기존 주력 상품인 대학찰옥수수. [사진 괴산군]

새로 개발된 황금맛찰옥수수(왼쪽)와 기존 주력 상품인 대학찰옥수수. [사진 괴산군]

충북 괴산군이 노화 방지와 항암 효과가 높은 일명 ‘기능성 옥수수’인 ‘황금맛찰옥수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최봉호 박사 개발했던 '대학찰옥수수' #전국서 재배, 지역 특산물 효과 사라져 #괴산군 새품종 '황금맛찰옥수수' 개발 #항암 성분 6~8배, 노화방지 효과까지

‘황금맛찰옥수수’는 노화 방지와 인지능력 강화, 항암작용에 효과가 있는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기존 ‘대학찰옥수수’보다 6~8배가 많다고 한다.

괴산군이 지역 특산물인 대학찰옥수수를 두고 황금맛찰옥수수 출시를 준비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대학찰옥수수의 원조 마을은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다. 박달산 입구에 자리 잡은 이곳은 충북에서도 손꼽히는 오지 마을이다. 밭농사 이외에는 이렇다 할 산업기반이 없지만 대학찰옥수수 하나로 유명해졌다.

대학찰옥수수는 작물육종학 박사 최봉호씨가 1991년 충남대 농대 교수로 재직 시 개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장연면 방곡리가 고향인 최 박사는 미국에서 옥수수 육종학을 연구하면서 마땅한 소득원이 없던 고향 사람들에게 간식용 옥수수 우량 종자(연농 1호)를 개발해 보급했다. 대학찰옥수수는 이 마을 주민들이 최 박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연농 1호’에 붙인 이름이다.

대학찰옥수수의 생김새는 15~17줄인 일반 옥수수와 달리 8줄 또는 10줄로 돼 있다. 알이 차지고 쫀득쫀득하다. 껍질이 얇고 당도가 높아 한 번 맛본 사람은 다시 찾는다고 한다. 수확 후 24시간 이내에 먹어야 최상의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대학찰옥수수는 그동안 충북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재배됐다. 그러다가 2015년 농업관련 회사가 대학찰옥수수의 판권을 사면서 전국에 종자가 보급됐다.

지역 대표 특산물인 대학찰옥수수가 전국에서 재배할 수 있게 되자 농민 불안감은 커졌다. 괴산군에서 대학찰옥수수를 재배하는 농가는 현재 2000여 가구로 면적만 1350㏊에 달한다.

지난 1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 괴산군농업연구소에서 열린 황금맛찰옥수수 시식회. [사진 괴산군]

지난 1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 괴산군농업연구소에서 열린 황금맛찰옥수수 시식회. [사진 괴산군]

괴산군 대학찰옥수수 재배면적 1350㏊

괴산군은 대학찰옥수수를 대체할 새로운 품종을 찾아 나섰고, 황금맛찰옥수수를 찾는 데 성공했다. 황금맛찰옥수수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식량과학원중부작물부에서 수년간 실험을 거쳐 개발된 품종이다.

식량과학원중부작물부는 수십종의 옥수수 모본과 부본을 수정시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곳이다. 새로 개발된 품종은 현장 적응 시험과 지역 적응 시험을 거쳐 완성된다.

이렇게 개발된 황금맛찰옥수수는 2016년과 2017년 전국 소비자와 농업인, 옥수수 재배 농민을 대상으로 한 맛 평가에서 호평을 받았다.

현재 괴산군은 더 좋은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국립식량과학원과 지난해 2월 업무협약을 맺고, 찰옥수수 품종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0일엔 농촌진흥청과 국유품종 보호 전용 실시권 계약도 맺었다. 전용 실시권은 특허권자가 그 특허발명에 대해 기간·장소 및 내용의 제한을 정해 다른 사람에게 독점적으로 허락한 실시권이다.

지난 1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 괴산군농업연구소에서 열린 황금맛찰옥수수 시식회. [사진 괴산군]

지난 1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 괴산군농업연구소에서 열린 황금맛찰옥수수 시식회. [사진 괴산군]

올해 황금맛찰옥수수 씨앗 50㎏ 생산, 내년부터 상품화

괴산군은 지난 1일 칠성면 괴산군농업연구소에서 찰옥수수 재배농가 와 소비자 등 130여명을 대상으로 황금맛찰옥수수 시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황금맛찰옥수수를 지역의 대표 옥수수 품종으로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또 내년부터 상품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목표는 씨앗 50㎏ 생산하는 것이다. 50㎏의 씨앗은 3만9600㎡(1만2000평) 면적을 재배할 수 있는 양이다.

농업연구소는 이 옥수수가 타 품종과 비교하면 비나 바람에 쓰러지는 사례가 적고 병해충 등에 강해 농민들이 쉽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안광복(54) 특화작목 연구팀장은 “황금맛찰옥수수 품종 전용실시권 계약 체결로 괴산군이 차별화되고 특화된 품종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씨앗 생산을 늘리고 재배면적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괴산=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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