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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돌아가셨다"더니…'황당' 119 허위신고 사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4일 오후 경남 거창군 거창읍의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마치고 물로 땀을 씻어내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 [뉴스1]

지난달 24일 오후 경남 거창군 거창읍의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마치고 물로 땀을 씻어내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 [뉴스1]

재난 수준에 가까운 폭염이 이어지면서 관련 신고도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폭염 못지않게 소방관들을 괴롭히는 게 있으니 바로 '허위신고'라고 한다. 구자일 서울소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소방장은 4일 오후 방송된 SBS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허위신고 사례들을 소개했다.

"구급차를 콜택시처럼 부른다" 

구 소방장은 이날 방송에서 '구급차를 콜택시처럼 부르는 사람이 있다더라'는 질문에 "아주 많지는 않지만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새벽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더니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빨리 가야 했다'고 한 사례가 있었다"며 "그분은 '택시가 잡히지 않아 신고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어떤 황당한 경우가 있냐'는 질문에는 "겨울철에 주취자들이 택시 안 온다고 본인들이 '얼어 죽으면 책임질 것이냐'와 같은 화를 낸다"고 말했다. 구 소방장에 따르면 이런 신고는 자주 들어온다고 한다.

"혹시나 해 출동 반드시 해야" 

그렇다면 사전에 상습 허위 신고자들을 걸러낼 수는 없을까. 상습 신고자 명단을 확보하고 있으나 출동을 안 할 수는 없다고 한다.

구 소방장은 "상습 신고자들은 신고 시 리스트와 이전 신고 내역이 뜬다"며 "그러나 출동을 안 할 수 없는 게 '이번에는 진짜 위급상황일까' 싶어 꼭 출동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사람의 허위 신고로 소방력이 낭비되면 1분 1초가 급박한 진짜 위급환자들에게 생명의 위협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항상 119는 위급하고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만 눌러달라"고 당부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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