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마리아' 창녀 역 강효성 탈옥수 록밴드 '밴디트' 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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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성룡 기자]

벌써 데뷔 25년째다.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그러나 이제 그녀가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듯싶다.

강효성(44.사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창작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에서 주인공 창녀로 나왔던 그녀가 이번엔 더 험악(?)해졌다. 탈옥수로 구성된 여성 4인조 록밴드 '밴디트'에 합류한 것. 밴디트는 1997년 만들어진 독일 영화로 당시 독일 관객 100만명을 끌어들인 화제작이다. 영화로는 꽤 유명하지만 뮤지컬로 무대에 올리기는 이번이 세계 최초란다. 다음달 8일부터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들은 연기가 아닌 진짜 연주를 하기 위해 6개월간 개인 레슨을 받았다. 강씨는 이번에 남편을 살해하고 수감된 드러머 엠마로 나온다.

"겉은 거칠지만 사람은 누구나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여리잖아요. 엠마도 그런 인물이죠. 언제나 긴 머리였는데 이렇게 머리를 짧게 하긴 저도 데뷔 이래 처음이에요."

언뜻 보면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의 싱글로 보이지만 강씨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아줌마'다.

"대한민국 아줌마가 강하긴 강한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 오면 또 애랑 같이 놀고 집안 살림하고 그렇게 되던데요. 일하는 에너지 말고 딴 게 있나 봐요."

선화예고 동기들이 모두 그럴듯한 대학 성악과로 진학할 때 그녀는 돈을 벌어야 했다. 복잡한 가정 문제로 자신이 직접 경제적인 책임을 져야했던 것. 81년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시뮤지컬단)에 취직했다. 돈 벌어 훗날 대학에 가면 되지 않느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새로 접한 뮤지컬이 그녀의 운명을 바꿔 버렸다.

"대걸레로 바닥 청소하다 선배들 다 가고 없는 연습실에 혼자 남아 춤 연습할 때가 정말 좋았어요. 고독하지만 자유로운 느낌이랄까." 입단 4년 만에 그녀는 주인공을 차지했고, 85년 평양 공연에도 참여하는 등 쭉쭉 뻗어나갔다. 그러나 곧 그녀는 서울시립가무단을 박차고 나왔다.

"안정적이지만 월급쟁이로 남는 느낌이었어요. 온실을 벗어나야 제가 배우로 당당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죠."

2004년 뮤지컬 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대중적으로도 꽤 알려졌다. 뮤지컬 1세대 윤복희씨, 2세대 남경주.최정원 사이에 낀 1.5세대라는 강씨는 연기적으로나, 삶으로서나 배우 김성녀(56)씨를 닮고 싶단다.

"이번 '밴디트'에서 배우.스태프 몽땅 합쳐서 제가 가장 나이가 많아요. 정점에 올랐을 때 혼자 붙잡기보다 함께 나누어야죠. 저는 후배들이 돋보이게끔 잘 받쳐주고 싶어요." 빈말로 들리지 않는 배려심. 그녀가 뮤지컬계 맏언니로 오래오래 무대를 지켜주길 바라는 이들이 많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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