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중국 림팩 참가 금지, 화웨이·ZTE 기술 미국 내 거래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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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의회가 중국의 환태평양군사훈련(림팩) 참가를 금지하는 내용의 대중(對中) 견제책을 담은 2019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1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808조 규모 내년 국방예산안 통과 #인도·대만과 군사협력 강화도 요구 #중국 “신뢰 갉아먹는 냉전적 사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상원은 본회의를 열고 7160억 달러(약 808조원) 규모의 내년 국방예산법안인 NDAA를 표결에 부쳐 찬성 87표, 반대 10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상·하원에서 일부 다른 내용으로 통과된 것을 양원 협의회를 통해 조율한 최종안이다. 지난달 26일 하원에서도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WSJ는 “중국에 맞서는 양당의 움직임이 속도를 내면서 의원들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중 제재’라 말하는 국방수권법이 의회를 통과했다”며 “남중국해에서의 군사 활동 증가, 최첨단 미국 기술의 추격 등 다양한 중국 정부 정책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평가했다.

미 의회는 법안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기지화를 중단할 때까지 림팩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림팩은 미 해군 주도로 하와이 인근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해상연합훈련이다. 2014·2016년에 참가했던 중국은 지난 6월 열렸던 올해 림팩엔 미국의 초청 취소로 참가하지 못했다.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대만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략 수립을 요구했다고 WSJ는 전했다.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 인스티튜트’의 레이철 버튼은 “호주와 일본·대만 등 동맹·동반국들에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활동을 정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력 확장을 제한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외국인 투자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심사하는 기구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미국 내 중국 투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미 기업들의 핵심 수출을 통제토록 하면서다. 또 ZTE, 화웨이 등 중국 통신기업이 미 정부 조달에 참여하는 것을 원천 배제하진 않았지만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안은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초점을 맞춘 미 국가방어전략과 맥락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경쟁하기 위해 더 많은 걸 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는 의회와 국가안보 관료들 사이의 초당파적인 컨센서스(의견일치)가 반영된 것”이라고 썼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날 “미·중의 신뢰를 갉아먹는 법안”이라며 “미국이 냉전적 사고를 중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한편 이번 법안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시도를 차단하는 내용도 담겼다.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 규모를 2만20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게 제한하는 조항을 두면서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상당 규모의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 대상으로 삼을 수 없도록 못 박았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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