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는 이해찬, 전해철은 김진표 지지 … 친문의 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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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송영길·이해찬·김진표 의원(왼쪽부터)이 2일 광주MBC에서 열린 첫 TV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송영길·이해찬·김진표 의원(왼쪽부터)이 2일 광주MBC에서 열린 첫 TV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는 한 팀입니다. 여기 세 사람은 모두 다 한 팀입니다.”

정청래, 원조 친문 김진표 공격 #당 대표 경선 3파전 갈수록 격화 #친문 핵심 그룹서도 지지 엇갈려 #전해철과 달리 김경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해찬 의원은 2일 김진표·송영길 의원과 함께 참석한 광주MBC의 TV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의의 경쟁을 하되 싸우지 말자”는 취지에 후보들은 공감을 표시했지만 실제 물밑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친문 진영 균열 조짐=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의원은 원조 친문계지만 최근에는 같은 친문 진영의 일부 인사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이해찬 의원 지지를 공개 선언한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트위터에 ‘한번 맞춰 보실래요? 다음 중 최순실 은닉재산 몰수 특별법 발의에 동참하지 않고 완강히 거부한 사람은? 1. 김진표 2. 송영길 3. 이해찬’이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

법안에 서명하지 않은 김 의원을 겨냥한 내용이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에도 김 의원이 2016년 총선 때 김종인 대표의 공천을 칭찬한 발언을 올리면서 “또 다른 김종인 선생께서 오시려나? 난 반댈세”라고 적었다. 정 전 의원은 김종인 대표 체제에서 이해찬 의원과 함께 20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3철’로 불리는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은 김 의원을 지원한다는 게 당내 정설이다. 하지만 또 다른 친문 실세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 의원 쪽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컷오프 통과 후 첫 행보로 지난달 28일 봉하마을을 찾았는데, 이 자리에서 김 지사 등과 함께 오찬을 함께했다. 이 의원 캠프 대변인인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은 “세 후보 중 김 지사와 가장 가까운 건 우리”라고 주장했다.

이날 TV토론회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이 의원은 보수궤멸, 20년 연속집권 등 발언으로 야당의 반발을 샀다”며 “이런 식의 불필요한 공세와 논란은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송 의원도 이 의원을 겨냥, “언론 소통과 당 내부 의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평이 있다”며 “저도 4선인데 전화 드리기가 부담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소통을 많이 못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당내 의원들 간에 정책 토론도 많이 하고 당무위원회를 잘 구성해서 소통을 활발히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더 치열한 장외 전쟁=SNS에선 각 후보 지지층 간 설전도 치열하다. 당장 김 의원을 저격한 정 전 의원의 트위터엔 “(특별법 발의에) 반대한 이유까지 설명하고 비판해야지 저렇게 쓰면 김 의원이 최순실을 비호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냐”는 항의 댓글들이 달렸다. 김 의원이 조폭연루설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탈당을 촉구하자 김 의원 페이스북엔 “김 의원이야말로 민주당에 부담되니 그만 고집 부리고 사퇴하라”는 비난 글이 달렸다.

이 의원의 트위터 계정에는 “민주당의 핵폭탄 이재명 문제에 대해 모르겠다고 하신 답변에 크게 실망했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당내 선거인 만큼 네거티브를 하면 부메랑이 돼 돌아오더라”며 “우리끼리 도 넘는 네거티브나 흠집 내기를 자제하고 품격 있고 격조 있는 전당대회가 되도록 분위기를 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추 대표의 발언은 최근 김 의원의 이재명 지사 탈당 요구나 송 의원의 ‘죽은 세포’ 발언 등으로 조기 과열되는 선거 분위기를 경계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는 당내 최대 축제인데 지나친 친문 마케팅 등으로 경쟁이 과열되면 역풍을 맞아 당 지지율 하락을 유발하고 2020년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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