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난방용 등유 주유하고 초등생 태운 통학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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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및 인적이 드문 곳에서 관광버스에 등유를 주유하는 모습(왼쪽 사진)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통학버스에서 하차하는 모습(※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유튜브]

차량 및 인적이 드문 곳에서 관광버스에 등유를 주유하는 모습(왼쪽 사진)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통학버스에서 하차하는 모습(※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유튜브]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경유 차량에 난방용 등유를 넣고 달린 관광버스가 적발됐다. 적발된 버스 중엔 초등학교ㆍ대학교 통학버스와 직장인 통근버스도 있었다.

기름값 아끼려고 #등유 주유한 #버스기사 18명 입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판매업자 4명과 버스기사 18명 등 22명을 형사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과 함께 경유에 등유를 섞은 가짜 석유를 경유로 속여 판 업자, 정량보다 적게 나오는 주유기를 두고 영업한 업자 등 16명도 적발됐다. 버스기사가 대규모 형사입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대부분 판매업자만 형사입건하고, 버스기사에겐 과태료만 부과했다.

등유는 경유보다 ℓ당 300∼400원 저렴해 버스 기사들은 경유를 등유로 대체해 한 번 주유할 때 12만∼16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경유 차량에 장기간 등유를 주유하면 엔진이 고장 나거나 정지될 우려가 높다. 이는 자칫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이다. 또 대기질을 오염시키는 유해가스 또한 배출한다.

판매업자들은 버스기사에게 1년반 동안 2억5000만원 상당의 등유 약 26만리터를 불법 유통했다. 정부 유가보조금 지원 대상 밖에 있는 관광버스 기사를 대상으로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고 영업했다. 버스 기사가 주유를 요청하면 대로변, 노상 등 약속한 장소에 주차된 버스에 이동식 주유 차량을 몰고 가 등유를 공급했다.

한 관광버스회사 기사는 등유ㆍ경유를 혼합한 가짜석유를 1년 반 동안 314회나 주유하기도 했다. 적발된 버스 기사 중에는 관광버스 운전기사 외에 통학버스 운전기사 2명과 직장인 통근버스 운전기사 1명도 포함됐다.

민생사법경찰단은 피의자 38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관할 구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들은 벌금형과 사업정치, 등록 취소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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