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억류 동양인, 일본어로 "난 한국인, 구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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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무장단체에 억류된 것으로 전해진 일본인 저널리스트로 추정되는 인물의 동영상이 31일 인터넷상에서 공개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1일 보도했다.

2015년 행방불명된 日 저널리스트로 추정 #일본어쓰며 "난 한국인" 주장해 의문 증폭 #과거 IS 일본인 살해…일부러 국적 위장? #日 정부 "야스다 본인일 가능성이 크다"

2015년 6월 터키 남부를 통해 시리아 북서부로 들어간 뒤 행방불명된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ㆍ44)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하는 동영상이다.

 ‘시리아의 일본인 인질로부터의 호소’라는 제목이 달린 이 동영상은 약 20초 분량이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총을 든 두 사람 앞에서 야스다로 추정되는 인물이 일본어로 “내 이름은 우마르입니다. 한국인입니다. 오늘 날짜는 2018년 7월 25일입니다. 너무나 나쁜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 바로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3년전 시리아 무장세력에게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야스다 준페이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지난달 31일 인터넷상에 유포됐다. [동영상 캡쳐]

3년전 시리아 무장세력에게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야스다 준페이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지난달 31일 인터넷상에 유포됐다. [동영상 캡쳐]

야스다로 추정되는 인물은 수염이 덥수룩했고, 이슬람국가(IS)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질들이 자주 입고 있던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 야외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었다.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31일 밤 긴급회의도 열었다. 정부 관계자들은 대체로 동영상 속 인물이 야스다 본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1일 정례 회견에서 '동영상속 남성이 야스다라고 분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의 안전확보는 정부의 최대의 책무"라며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구출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사인의 성격상 더 이상의 언급은 삼가하겠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일본 언론들 중 일부는 “진위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신중론도 전하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말투와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힌 점, 그러면서도 일본어로 말한 것 등을 보면 동영상이 진짜일지 아닐지 아직 의심스럽다"는 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동영상에 등장한 인물은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히면서도 발언은 모두 일본어로 했다.

이때문에 "지난 2015년 일본인 2명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참수된 일이 있기 때문에 야스다가 일부러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국적을 밝힌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과거 한국 국적을 갖고 있거나 과거에 한국 국적을 가졌던 재일동포 출신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그래서 주일 한국대사관을 비롯한 한국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는 데 정보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야스다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동영상은 이전에도 몇 차례 공개됐다.

당시엔 “가족들이 보고 싶다” “고통에 시달리면서 어두운 방에 앉아있는 동안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는 발언이 동영상에 담겼다.

마이니치 신문은 "7월 초 공개됐던 영상속 목소리와 이번에 공개된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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