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에드워드 케네디의 비극 밟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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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에드워드 케네디 미 민주당 상원의원의 아들이 37년 전 아버지의 비극을 되풀이하는가.

에드워드의 아들 패트릭 케네디 하원의원(민주당.6선.로드 아일랜드주.사진)이 음주운전의 가능성이 짙은 교통사고를 냈다. 그런데 경찰이 모른척하고 그를 귀가시키는 등 '특별 대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패트릭은 4일(현지시간) 오전 2시50분 워싱턴 의사당 주변 도로에서 차를 몰다 바리케이드를 들이받고 차가 완전히 부서지는 사고를 냈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패트릭이 몰던 무스탕이 사고 직전 라이트를 끄고 달린데다 서 있던 경찰차를 들이받을 뻔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고가 난 뒤 차에서 내린 패트릭은 비틀거리며 취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 경찰들은 "상급자를 불렀으나 그들은 음주 측정을 하지 않은 채 패트릭을 차에 태워 귀가시켰다"고 말했다. 경찰은 언론에 사고 사실을 숨겨 의혹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패트릭은 사고 현장에서 "투표 때문에 늦게 집에 가던 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하원은 휴회 중이었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패트릭은 "술 마신 바 없으며 경찰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냈다.

패트릭의 아버지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1969년 매사추세츠주 채퍼퀴딕 섬에서 여비서 메리 조 코페크니를 태우고 차를 운전하다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물속에 추락했다. 당시 에드워드는 차 문을 열고 헤엄쳐 나왔으나 여비서는 차 속에서 숨졌다. 에드워드는 사고 후 늦장 신고를 해 '비겁자'란 비난과 함께 갖가지 의혹에 시달려 왔다. 촉망받는 대선 후보였던 그는 이 사고로 대권의 꿈을 접어야 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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