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 종합병원 수준으로 늘리고, 단순돌봄 환자는 요양시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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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요양병원 판친다 <하>

요양병원이 ‘돈벌이 수단’이 된 대표적인 배경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개설 기준이다. 의료법 시행규칙의 ‘의료기관에 두는 의료인의 정원’에 따르면 종합병원과 병원의 경우 입원 환자 20명당 의사 1명을 둬야 하지만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80명까지는 2명만 배치하면 된다. 80명을 넘으면 입원환자 40명마다 의사 1명이 기준이다.

요양병원 난립 막으려면

요양병원은 간호사 정원도 입원환자 6명마다 1명이다. 종합병원과 병원은 입원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으로 차이가 난다. 요양병원 설립 요건 중 하나인 의료인의 정원을 종합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실제 진료 능력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한 규제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전국의 요양병원에 근무 중인 전체 5861명의 의사 가운데 81세 이상은 152명이나 된다. 이들 가운데 20명은 86세 이상이다. 91세 이상 의사 2명도 요양병원에서 근무한다. 고령이라고 근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진료 능력이 떨어질 수 있고 의사 본인이 노인성 질환을 앓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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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장기요양기관(노인요양시설)이 아닌 요양병원에 몰리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된다. 요양병원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고, 요양시설은 장기요양등급(1~5등급) 중 1, 2등급에 해당하는 노인에게 일종의 ‘돌봄’ 서비스를 하는 시설이다. 두 곳 모두 환자 본인부담금은 20%로 같다.

하지만 건강보험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과 달리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재원인 요양시설의 경우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노인들의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으로 요양시설에 가야 할 일부 노인들이 요양병원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이용교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요양시설에 가야 할 사람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양병원에 가는 경우가 꽤 된다”며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도입하면 불필요한 입원에 따른 요양병원 난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로 운영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연계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대신 집에 머무르며 요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재가(在家) 환자를 늘려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가 환자의 장기요양보험 월 사용 한도액 139만6200원(1등급 기준)을 요양시설 수준(약 195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환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의료·간병·요양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과 자격 제도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입원 기준을 강화하고 수가 체계를 고쳐 요양병원을 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김호·김정석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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