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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 땐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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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년만에 부활된 국정감사가 24일로 끝나면서 증인중 상당수가 위증혐의로 검찰에 고발될 것으로 보여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그 동안 증인으로 출석한 1백30여명 중 국회에서 고발을 결의했거나 고발검토 대상으로 알려진 위증혐의자는 모두 15∼16명선.
그 중에는 언론통폐합의 주역을 자처한 허문도씨를 비롯, 김근태 전 민청련 의장고문시비사건의 7명(김근태씨, 홍성자·김상철 변호사와 경찰 측 윤재호 치안본부형사l과장·김수현 경감·백남은 경정·허만조 경감)과 삼청교육대 자료보존관련 이춘구 내무·오자복 국방장관, 수입 소 암매장사건의 박종문, 전 농수산부장관 등이 포함되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월 개정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선서한 증언이 허위진술일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형법상의 위증죄가 5년 이하징역이나 1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것에 비해 국정감사에서의 위증은 벌금형도 없고 형기도 한층 무거운 셈.
또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되면 2개월 이내에 수사를 종결짓고 검찰총장이 그 결과를 서면으로 국회에 보고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의 위증죄에 대한 판례는 아직 확립된 것이 없으나 형법상의 위증죄성립요건과 같이 보아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견해.
위증죄의 가장 중요한 성립요건은 「증인이 고의로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증언을 했을 때」이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다. 즉 위증죄에서 「허위의 진술」이라 함은 「증인의 기억에 반하는 것」을 의미할 뿐 증언내용의 사실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증죄로 처벌하려면 검찰은 증인이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예를 들면 수입 소 암매장사건의 경우 박종문 당시 농수산장관이 『그런 일없다』고 진술한 것은 3∼4년 전의 일이라 하더라도 수입 소를 무더기로 암매장한 사실이라면 장관이 모를리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 또 당시 암매장에 관한 서류에 결재한 사실이 드러나면 위증의 객관적인 증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춘구 내무장관의 경우 삼청교육대 관련자료를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있다』고 번복한 것을 가지고 위증이라고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것.
장관이 서류보관 실태까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데다「기억에 반하는 증언」이라고 볼 증거는 찾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근태씨 고문시비사건은 상반된 증언내용으로 보아 어느 한쪽은 위증임이 틀림없지만 반드시 위증죄로 처벌될는지는 의문.
김씨 자신이 거짓증언을 했다면 위증죄에 해당되는 것은 틀림없으나 홍성자·김상철 변호사의 경우는 당시 김씨로부터 보고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본다면 고문의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위증죄는 해당될 수 없다.
고문경찰관의 경우는 법 이론이 다소 엇갈리는 평. 고문 당사자인 경찰관이 「하지 않았다」고 허위 증언했다 하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이다. 즉 고문을 시인하면 자신이 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실대로의 증언을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것.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3조가 원용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1백48조에는 「자기나 친족 등이 형사소추 또는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있다. 또 「범죄인이 타인의 형사사건에서 허위진술을 하였다하더라도 그것이 자기의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허위진술 이였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례(67년 7월)도 있다.
이에 반해 비록 자신의 범죄사실이라 하더라도 증언거부 아닌 허위증언은 위증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있으나 이 경우 증언거부 이유를 설명해야하기 때문에 범죄사실을 범죄인 스스로 시인토록 한다는 모순이 따른다.
허문도씨의 증언 중 전두환 전대통령을 「난세를 치세로 바꾼 정치가」라는 등의 내용은 주관적 의견이기 때문에 사실과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증죄는 해당되지 않는다. 「경험한 사실에 대한 주관적 평가나 법률적 효력에 관한 의견진술은 위증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판례(83년 5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씨의 증언 중 ▲지방언론사 통폐합과정은 잘 모른다 ▲통폐합 목적이 사이비언론제거였다 ▲기자해직과는 무관하다 ▲언론계 등 외부인사는 통폐합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주도했다는 등의 내용은 당시의 관련문서들에 나타난 데다 관련인사들의 증언 등으로 미루어 「고의적으로 거짓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야법조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허씨의 위증여부는 다음달로 예정된 문공위의 청문회에서 판가름날 전망이지만 일부가 위증이라고 판명되더라도 처벌대상이 된다. 「증언내용이 지엽적인 사항에 관한 것이라도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이면 위증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판례 (82년 6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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