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5위 파벌, 서울로 44명 몰려와 단합대회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79) 간사장이 이끄는 자민당내 5위 파벌 니카이파가 31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연수회를 갖는다.

니카이파 44명 31일부터 3일간 서울 연수회 #재계 인사등 300명 참여…판문점도 방문예정 #"한국과 친밀감,파벌 영향력 과시용"분석도 #이낙연 총리도 만나고, 한일관계 토론도 실시 #작년 "한일 이간질 하는 자 박멸해야"발언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청와대에서 일본 총리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을 접견하며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청와대에서 일본 총리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을 접견하며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본 정계의 유력 파벌이 서울을 단합대회 장소로 선택했다는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니카이파의 소속 의원은 모두 44명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소속된 호소다파(94명), 2위 파벌인 아소파(59명), 그 뒤를 잇는 다케시타파(55명)와 기시다파(48명) 다음이다.

아베 총리가 3연임에 도전하는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을 앞두고 이미 아베 총리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니카이파는 이번 연수회에서 이같은 방침을 공식 표명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의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의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니카이 간사장은 파벌의 가장 큰 행사를 서울에서 여는 이유에 대해 ‘양국 관계’를 강조했다. 30일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니카이 간사장은 주변에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다. 우리가 더 자주 다녀야 국민들도 (양국관계에 대해) 더 안심할 수 있다. 그것이 정치인의 책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 단합대회 일정에는 한·일 관계를 위한 행사가 대거 포함됐다.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을 지냈던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면담과 판문점 시찰이 잡혔다. 단합대회 숙소인 시내 호텔에선 한국 전문가들과 '한·일관계의 바람직한 미래' 등에 대한 토론회도 연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이낙연 총리와 만난 니카이 간사장.[중앙포토]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이낙연 총리와 만난 니카이 간사장.[중앙포토]

니카이 간사장은 이 총리를 비롯해 한국의 여야 정치인, 박철희 서울대 교수(국제대학원장) 등 학자·연구자들과의 교류가 꽤 깊다.
지난해에도 아베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관광업계 관계자 등 모두 360명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니카이 간사장이 “(한·일 관계와 관련해) 한 줌의 간계를 꾸미는 일당은 박멸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양국간 위안부 합의 재협상론을 겨냥했다는 논란을 불렀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민당 내에선 지한파로 알려져 있다. 자민당 내 보수파들 사이에 한국을 껄끄러워 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은 상황에서 니카이파가 지한파로서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서울 단합대회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런데 니카이파의 서울행에는 일본 재계 관계자들까지 포함해 약 300명이 동행할 예정이다. 외교적으론 한·일 관계 강화이지만 그 속내는 자파 의원들과 재계 인사들까지 해외에서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니카이파의 정치적 영향력을 당 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게 일본 정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니카이파 단합대회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 아베 총리의 3연임 가능성이 크다고 홍보하는 효과도 있다. 니카이 간사장은 그동안 “아베 다음은 아베다. 1㎜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아베 총리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해왔다. 과거 ‘두 번 연속 6년까지’였던 당내의 총재 임기 규정을 ‘3번 연속 9년까지’로 늘리는 개정을 주도한 것도 니카이 간사장이었다. 그런 그가 서울 단합대회까지 열어 아베 총리에게 장기 집권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총대를 멨다는 의미다.

니카이 간사장을 놓곤 최근 각종 선거에서 연승을 이끌었고, 아베 총리를 대신해 당내 인사ㆍ재정을 총괄하는 간사장 역할도 무난하게 수행해 왔다는 평가다. 하지만 당내에선 그의 나이를 거론하며 “간사장 대신 점잖은 부총재쯤으로 물러나시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래서 총재 경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자신의 리더십과 파벌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요란한 서울 행을 기획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