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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최대 압력단체 위세 과시… 부시·아난·메르켈 등 거물들 축하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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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최대의 유대인 압력단체인 미국유대인위원회(AJC)가 4일 창설 100주년을 맞았다.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 등 전 세계 거물급 인사가 총출동했다.

데이비드 해리스 AJC 사무총장은 연설을 통해 "전 세계 유대인의 자유와 안정을 수호함과 동시에 모든 사람의 존엄을 존중하는 민주적 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AJC는 창설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1일부터 유대인의 과거와 현재.미래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으며, 4일 공식 기념식 이후에도 ▶테러와의 전쟁▶외교포럼▶차세대 유대인 지도자 회의▶시오니즘의 재해석 등 7일까지 다양한 공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AJC는 19세기 초 러시아에서 시작된 유대인 박해에 대응하기 위해 1906년 미국 내 유대인 기업인과 성직자.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현재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미국 내 33개, 해외 18개 지부, 총 회원 15만 명을 거느린 국제적 조직으로 성장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거쳐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유대인들의 권익과 안전에 모든 활동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의 정치.외교를 좌지우지하는 또 다른 유대인 단체 '미.이스라엘 공공위원회(AIPAC.54년 창설, 회원 6만5000명)'만큼 공격적이진 않지만 미국 정부의 중동정책, 최근의 이란 핵개발 문제에서는 강경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엔 미국과 영국의 주요 일간신문에 이란 핵개발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전면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 미국 내 유대계 파워의 모태=AJC의 지난 100년은 유대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와 맥락을 같이한다. 미국에 유대인이 처음 집단 이주한 것은 1654년이지만 본격적인 유입은 1880~1920년에 이뤄졌다. 미국 내 유대인 인구는 전체인구의 2~3%인 600만~800만 명. 그러나 이들이 미국 정.재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미 연방 상원의원 100명 중 11명, 하원의원 435명 중 26명이 유대인이다. 현 부시 행정부의 로버트 죌릭 국무부 부장관,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을 비롯해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로런스 서머스 재무장관 등이 모두 유대인이다. 재계에선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샌포드 웨일 씨티그룹 회장, 모린스 그린버스 AIG 회장, 헨리 폴슨 골드먼 삭스 회장 등이 있다. 여기에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의 3대 신문 사주도 유대인이다. 이 덕분에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미국의 원조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가 됐다.

각계에 진출한 유대인들은 단체 결성과 끈끈한 인맥으로 통해 위력을 배가하고 있다. AJC와 AIPAC 외에도 전미유대인총회.반비방연맹 등이 유대인들의 활발한 로비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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