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외 아동 생각하는 어린이날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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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늘은 제84회 어린이날이다. 사흘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해 가족 나들이에 나서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방방곡곡에서 울려퍼지는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희망의 메아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오늘을 즐기지 못하는 어린이도 많다. 며칠 전 네 가지 희귀병을 앓고 있는 다섯 살배기 여자 아이가 코에 호스를 꽂은 채 난생 처음으로 생일 축하를 받는 사연이 소개된 적이 있다. 400여 가지의 희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만 10만 명이 넘는다. 이들에게는 부모의 손을 잡고 어린이날 나들이를 하는 것은 꿈에 가깝다. 부모들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비보험 진료비를 대느라 카드 빚에 신음한다. 돈이 없어 진료를 제대로 못 받고 합병증에 노출되는 아이가 부지기수다.

고아원 등 전국 280여 곳의 아동시설에 수용돼 있는 2만여 명의 어린이에게도 어린이날은 먼 나라 얘기일 게다. 실직이나 사업 실패, 빈곤 등으로 한 해에 1만 명가량의 아이가 아동시설로 가거나 입양된다. 4000여 명이 넘는 소년소녀 가장, 학대를 받는 아동 4600여 명에게도 오늘이 마냥 즐거운 날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에는 동남아 등지의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수천 명의 코시안 아동도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 비해 소외 아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선진국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어린이날 기념식에는 선천성 기형아, 베트남계 혼혈아, 학대받은 아동 등이 참여했다. 이들이 전하는 아동복지와 권리, 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기억하고 실천하는 어린이날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