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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빈소 온 서지현 "가장 먼저 손 내밀어 주신 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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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사진 속 고 노회찬(왼쪽) 정의당 원내대표와 서지현 검사. [뉴시스, 연합뉴스]

영정 사진 속 고 노회찬(왼쪽) 정의당 원내대표와 서지현 검사. [뉴시스, 연합뉴스]

25일 오후 9시43분쯤 서지현 검사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 나타났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 원내대표의 빈소 앞에 긴 조문행렬이 이어질 때였다. 서 검사는 줄 끝으로 가 서 있다가 빈소로 들어갔다. 그는 빈소에 2시간 가량 머물렀다.

서 검사, 25일 빈소 찾아와 2시간 가량 머물러 #노회찬, 라디오에서 폭로 지지하고 등불상 추천 #빈소 나오며 "약자 곁에 있던 당신 잊지 않겠다"

서 검사가 다시 나온 건 자정 무렵이었다. 현재 심경을 묻자 서 검사는 “저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던 분이다. 지금 믿기지가 않는다. (비보를 듣고) 며칠 동안 많이 울었다”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난 1월 29일 서 검사는 JTBC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에서 겪은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노 원내대표는 이틀 뒤인 31일에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을 비판하고 서 검사를 지지했다. 당시 노 원내대표는 “임은정 검사가 (서지현 검사와) 상담하던 중에, 이를 검찰에서 알고 임 검사를 불러 무마하려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명백한 사실로 간주돼야 한다. (검찰 무마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공소시효 때문에 법을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러갔지만 서 검사가 이를 알면서도 폭로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릴 때, 사건을 담은 글과 더불어 첨부문서 2개를 같이 올렸다. 인사 불이익에 대한 소명과 본인이 쓴 소설”이라며 “본인 얘기가 핵심 줄거리고, 그걸 타자화해 소설을 썼다. 얼마나 절절했으면 이렇게까지 만들었겠나. 소설 내에는 다른 성폭력 사례들도 등장한다”고도 했다.

지난 5월, 노 원내대표는 ‘2018년 제13회 들불상’ 수상 후보자로 서 검사를 추천했다. 서 검사는 이 상을 받았다. 들불상은 5·18민주화운동 전후로 민주주의를 위해 분투하다 세상을 뜬 7명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이다.

당시 노 원내대표는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는 한국사회에 만연된 성차별·성폭력 문제에 대해 모두가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며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는 우리 사회 전반의 성폭력, 성차별 문제를 돌아보게 만든 힘으로 작동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빈소에서 유족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했냐는 질문에 서 검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손으로 입을 막고 뒤돌아 눈물을 삼켰다. 잠시 후 진정을 한 그는 “항상 약자 곁에 있었던 당신을 정말 잊지 않겠다”고 말한 후 떠났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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