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유치한 국제스포츠대회 … 중국 압력으로 내년 개최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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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만이 유치한 국제스포츠대회가 중국의 압력으로 개최 1년 여를 앞두고 무산됐다.

대표단 명칭 ‘대만’ 표기 움직임에 #중국, EAOC 이사회 소집해 표결 #한국·몽골 등 찬성, 일본은 기권

25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동아시아올림픽위원회(EAOC)는 전날 베이징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내년 8월 대만 타이중(臺中)시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회 동아시안 유스게임(East Asian Youth Games) 개최를 취소했다. 앞서 EAOC 의장국인 중국은 대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명(正名) 운동’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합의를 위반했다며 임시 이사회를 소집하고 대만 개최권 박탈을 표결에 부치자고 요구했다.

대만에서는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표단의 명칭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으로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서명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간단체들이 주도해 온 ‘정명 운동’의 일환이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 정부는 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민진당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 표결에는 한국을 포함한 8개 EAOC 회원국·지역들이 참여해 찬성 6, 반대 1, 기권 1로 중국의 발의를 통과시켰다. 한국과 중국·북한·몽골·홍콩·마카오가 찬성표를 던졌고 당사자인 대만이 유일하게 반대했다. 일본은 “결정을 서두르지 말고 8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다시 협의하자”며 기권했다. EAOC의 결정에 대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중국이 정치적 파워를 이용해 야만적으로 동아시안 유스게임 개최를 중단시켰다”고 비난했다.

동아시안 유스게임은 2013년 톈진(天津) 대회를 마지막으로 동아시안게임을 중단하고 대신 창설한 14∼18세 청소년 종합 경기다. 내년 8월에 열릴 예정이던 첫 대회는 대만 타이중시가 개최권을 따냈다. 타이중시는 지금까지 6억7673만 대만달러(약2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회 준비를 해 왔다.

중국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별개의 독립국가로 표기하지 말라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민항총국이 지난 4월 말 세계 44개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대만·홍콩·마카오가 중국과 별개의 독립 국가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홈페이지 및 홍보 자료 표현을 삭제하라고 요구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대다수 항공사들은 중국 요구를 수용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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