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와도 의회 연설은 노”…트럼프 견제하는 美 공화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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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국 공화당 지도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 가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한 것과 관련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24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워싱턴 DC를 방문하더라도 상·하원 합동 연설에 초청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의회 연설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한 것이다. 내가 중요히 생각하는 메시지는 (러시아가) ‘선거 개입을 통한 미국 주권 침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더는 용납치 않겠다’고 경고를 한다는 가정 아래, 푸틴 대통령과 회동에 반대하진 않겠다”고 했다.

‘공화당 1인자’로 꼽히는 라이언 의장의 이같은 언급은 공화당 지도부로서 ‘러시아는 미국의 적국’이란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회의를 마친 미치 매코널 미국 상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회의를 마친 미치 매코널 미국 상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같은날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역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는 환영받지 못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며 “우리 모두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가 (대선 개입을) 재시도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러시아 매파’로 꼽히는 두 정치인(폴 라이언·미치 매코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려는 점, 그리고 지난 2016년 미 대선 개입에 대해 푸틴 대통령을 압박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불편히 느껴왔다”고 언급했다.

 앞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푸틴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하라’고 지시했다. 양측 안보 실무진 간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지난 16일 취임 후 첫 미·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푸틴 대통령을 두둔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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