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어 평상서 선잠···박원순의 '옥탑방 살이' 첫날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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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옥탑방 살이’ 3일차는 어떨까. 그는 24일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비서관이 사다 준 샌드위치와 우유로 아침을 해결했다. 옥탑방에는 조리 시설이 갖춰져있지 않아서다. 이날 그와 함께 아침을 먹은 이는 시장이 머무는 옆방에서 잠을 잔 비서관 두 명이었다. 비서관들은 2명씩 5개조로 나눠 매일 밤 번갈아가면서 옥탑방에서 지낸다. 원창수 비서관은 “앞으로도 시장님 일정이 바쁠 땐 아침을 사다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 입주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 입주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박 시장은 당초 24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관용차를 이용했다. 오후에는 삼양동 통장회의에 참석하는 등 ‘지역 밀착형’ 행보를 이어간다. 22일부터 ‘옥탑방 주민’이 된 박 시장은 이튿날부터 공공기관과 노인·아동 돌봄시설 등을 방문해 주민들을 만났다.

문제는 열대야가 극성을 부리는 밤이다. 23일 밤 박 시장 일행은 무더위와 싸웠다. 옥탑방엔 에어컨이 없다. 대신 두 방에 선풍기만 한 대씩 있다. 박 시장과 비서진은 방충망이 설치된 창문을 열고 잤다. 그런데도 옥탑방의 온도계는 29도까지 가리켰다.

박원순 시장이 23일 오후 강북구 삼양동 미동경로당을 방문해 지역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

박원순 시장이 23일 오후 강북구 삼양동 미동경로당을 방문해 지역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

박 시장은 이날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조문을 마친 후 오후 11시쯤 옥탑방에 돌아왔다. 그는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를 읽고 12시쯤 잠들었다. 하지만 새벽 5시쯤 일어나 옥탑방 마당에 놓인 평상에 누웠다고 한다. 하루 전날 이 평상에는 무더위에 대비해 대나무 돗자리가 깔렸다. 박 시장은 이 평상에서 지역 주민들과 면담도 할 예정이다.

원 비서관은 “무더위에 밤잠을 조금 설쳤지만 시장님과 함께 현장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양동 주민들은 대체로 ‘이웃 박원순’을 환영한다. 주민 김정순(76)씨는 “떠들썩하게 하지 않고 조용하게 주민들을 만나고 지역을 살피는 모습이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23일 삼양동 주택가를 돌아보는 박원순 시장(오른쪽). [사진 서울시]

23일 삼양동 주택가를 돌아보는 박원순 시장(오른쪽). [사진 서울시]

하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보여주기식 정치” “행정력 낭비”란 비난도 만만치 않다. 이 옥탑방의 월세 200만원은 시 예산에서 나가고, 여러 공무원들이 옥탑방을 드나들며 박 시장을 보좌한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 시장의 옥탑방 살이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뿌리 깊은 빈곤 문제는 느끼는 게 아니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시장으로서 내놓을 것은 옥탑방에서 땀 흘리는 사진 한장이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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